▲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노동의 기준으로 봤을 때 될 사람을 찍겠다.”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이 이렇게 말했다고 13일자 <매일노동뉴스>에서 읽었다. “될 사람 보고 찍지 않는다 … 반노동후보는 한국노총 선택 못 받을 것”’이라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였다. ‘올해 연말까지 정하겠다고 했지만 여태 방침을 정하지 않았다. 선거 과정을 지켜보다 될 만한 후보를 선택하려는 것 아니냐 의심하는 시선이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김 위원장은 “될 사람, 안 될 사람이 판단 기준이 아니”라고 답변을 했다고 보도하고 있었다. 기사에는 한국노총 위원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기에 앞서, 그동안 한국노총의 대선방침은 “될 사람 밀어주는 결정”이라고 규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나와 있다. 이는 선거결과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우세한 쪽의 손을 들어주는 소극적 결정을 해 왔다는 의미라고 평가하면서 <매일노동뉴스>는 이번 대선에서는 어떨 것인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인터뷰를 하게 된 것이라고 그 취지를 밝히고 있었다. 이 기사를 읽기 전까지 이번 대선에서 한국노총이 어떤 대선방침을 정할 것인지 사실 나는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야당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간에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 않고 팽팽한 상황이라서 이번에는 한국노총이 선택하기가 만만치 않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을 뿐 나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랬던 내가 위 기사 제목에 낚여 이번에는 한국노총이 될 사람을 찍지 않지 않고 노동의 기준으로 찍겠다고 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제목을 넘어 김동명 위원장의 인터뷰 내용까지 읽어 버렸다.

같은 날 언론은 오마이뉴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박빙으로 조사된 후보지지도와 당선가능성과 별개로 노동문제 해결 적합성을 조사항목에 포함해 이재명 38.8%, 윤석열 34.8%, 심상정 12.9%로 조사됐다고 밝히고 있었다. 여기서 노동문제 해결에 적합하다고 파악된 후보가 인터뷰에서 한국노총 위원장이 말했다는 바로 그 “노동의 기준으로 봤을 때 될 사람”이라는 것일까. 지난 9일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노동자 대통령후보로 민중경선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보도됐는데(2021. 12. 10. 매일노동뉴스), 민중경선을 통해 후보를 결정하게 되면 김동명 위원장의 대선방침에서 선택을 고려할 대상으로 포함될 수 있는 것일까. 나는 궁금했다.

2. 노동의 기준으로 봤을 때 될 사람을 찍겠다면서 김동명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책연대를 해 왔는데 이에 연연하지 않겠다. 자유로운 상태에서 판단할 것이다. 돼야 할 기준은 미래의 약속이 아니라 현실에서의 행동과 실천, 말하자면 한국노총이 연내에 해결해야 한다고 제시했던 입법 과제들에 대해 어느 당이 결과를 내놨는가를 일차적 판단 기준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한국노총 위원장의 말을 듣게 되면, 지금까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책연대를 해 왔지만 이에 연연하지 않고 한국노총이 연내 해결을 요구한 입법과제들에 대해 어느 당이 어떤 결과를 내놨는지를 보고서 판단하겠다는 것이라서 정책연대를 하지 않는 국민의힘 후보 윤석열에 대한 지지방침을 정할 수도 있다고 읽힌다. 계속해서 인터뷰에서 김동명 위원장은 “미래의 약속도 아예 무시할 수는 없다. 평소에 언론 인터뷰와 언행에서 노동의 핵심 가치인 최저임금 인상·노동시간 단축·산업재해 예방 등에 대해 부정적인 언행을 하거나, 이에 대한 미래 약속을 하지 않는 후보는 절대 지지할 수 없다. 기후위기 극복 과정에서 나오는 산업전환 대응, 코로나19 이후 심화하는 사회불평등과 양극화 해소, 노동의 위기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 한국노총과 마음 열고 긴밀하게 상의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및 최저임금제 자체에 부정적인 발언을 했고, 주 52시간을 초과해서도 얼마든지 노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주 52시간 노동시간제에 부정적인 취지로 말했으며, 작업 노동자가 조심했더라면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던 것이 논란이 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절대 지지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일 수도 있다. 이게 아니고, “기후위기 극복 과정에서 나오는 산업전환 대응, 코로나19 이후 심화하는 사회불평등과 양극화 해소, 노동의 위기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 한국노총과 마음 열고 긴밀하게 상의할 수 있”는 후보라면 괜찮다는 것일까. 여기까지 읽은 나는 한국노총 위원장으로 그가 어떠한 당의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함이 도무지 해소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랬다저랬다 뒤죽박죽일 뿐이라고 읽었다. 그래서 나는 계속해서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한국노총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국회 여야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김동명 위원장은 “여당은 야당 반대를 핑계 대지 말고 약속한 대로 주관대로 밀고 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야당은 여당의 입법 행위에 대해 반대하고 국회 소집을 거부한다면, 그 모습대로 한국노총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다퉈 한국노총을 찾는 대선 후보들에게 무슨 말을 전달했고 건넬 것이냐고 묻는 질문에는 “노동의 핵심적인 가치나 노동 그 자체를 깎아내리거나 공격하면 한국노총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여기까지 인터뷰 기사를 읽고서도 알 듯 말 듯 할 뿐 나는 여전히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제목부터 다시 읽었다.

3. “될 사람 보고 찍지 않는다 … 반노동후보는 한국노총 선택 못 받을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니, 온갖 여론조사를 합쳐서 다수에서 지지율이 앞선다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될 사람이라도 반노동 후보이니 찍지 않는다는 것이고, “노동의 기준을 봤을 때 될 사람”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찍기로 하는 선택을 하겠다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떻게 한국노총이 이번 대선방침을 정할지는 가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인터뷰 기사를 읽는 걸 나는 마감했다. 골치 아프기만 했다. 끝까지 샅샅이 읽고서도 내 머리는 정리되지 않았다. 그런데 한국노총에서 대선방침을 정한다고 해서, 민주노총에서 노동자대통령후보니 민중후보 방침을 정한다고 해서 오늘 이 나라 대선에서 노동자들이 얼마나 그 방침에 따라 찍을 것인가.

노동자라고 해도 노동의 기준으로 투표를 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노동자로 규정짓고서 노동의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살아 가지 않는다. 대다수 노동자들은 이러하다. 오직 노동자 중 일부만 이렇지 않을 뿐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이라고 해도 그들이 모두 소속 노총의 정치방침에 따라 투표하지는 않는다. 노동의 기준이 아니라 정당과 후보와의 지연 등에 좌우되거나 진보니 보수니 하며 지지정당을 쫓아 투표하기 일쑤다. 사업장에서는 사용자에 대해 노동자로서 자유와 권리를 내세워 조합원으로서 임단투 등 노조활동을 해도 그는, 사업장에서 벗어나서는 더는 노동자로서 스스로를 규정짓고 살아가지 않는다.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이 나라는 다른 세상이었을 것이다. 이 대한민국에서 노조활동, 노동운동은 사업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아무리 산별노조니 뭐니 해도 활동의 중심은 여전히 사업장에 머물고 있다. 이 나라에서 수십년 동안 온 나라를 흔들 것처럼 총력투쟁이니 총파업이니 요란했어도 노동운동은 사업장을 넘어서 노동과 자본 내지 권력의 전선으로 노동자들을 나아가도록 하진 못했다. 많은 나라들에서 노동자정당이니 뭐니 해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해서 사업장을 벗어나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서 나아가고 있지만 우리는 아니다. 솔직히 인정해야만 한다. 현실을 파악하고서 대응 방안을 찾아야 한다.

4. 이 나라에서 노동자와 노동운동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서야 대선이든 뭐든 올바른 방침을 마련해 대응할 수가 있다. 그렇다면 이 나라에서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가, 이를 위한 노동운동이 보잘것없다는 걸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세상을 뒤집을 듯 투쟁을 외쳤어도 그 결과가, 그 투쟁으로 쟁취한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가 별 볼일 없었던 것은 그 투쟁이 별 볼일 없는 것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깨달아야 한다. 보잘것없다고, 별 볼 일 없다고 외면해서는 노동자는, 노동운동은 이 나라에서 자본과 권력에 대해 자유와 권리를 확보하기 어렵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결국 무엇인가. 한 걸음이라도 노동자의 걸음으로 나아가야 하고, 자본과 권력에 기대서는 운동은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이겠다. 그렇다면, “노동의 기준으로 봤을 때 될 사람을 찍겠다”면서 노동을 위한다는 어느 후보에 투표하도록 하겠다는 대선방침을 마련하는 것보다도, ‘이번 대선에서 어떻게 노동자의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 것인가’에 고민을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고민할 것인가.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