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을 했다는 이유로 직장내 괴롭힘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골프장 캐디에 대해 산업재해가 인정되지 않았다. 골프장 캐디를 비롯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 비율은 83%로, 적용제외 신청서를 냈다는 사정만으로 산재 불승인 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근로복지공단 고양지사가 골프장 캐디 배아무개(사망 당시 27세)씨 유족의 유족급여·장의비 청구를 승인하지 않았다고 직장갑질119가 12일 밝혔다. 2019년 7월부터 경기도의 한 골프장에서 캐디로 근무한 고인은 상사인 ‘캡틴’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다 지난해 9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근로복지공단 경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입사 이후 행해진 직장내 괴롭힘, 원치 않았던 사직으로 인한 정신적 압박감과 부담 등 업무적 요인이 고인의 사망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정했다.

하지만 고양지사는 고인이 지난해 7월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며 부지급 처분을 했다. 산재보험법 125조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법 적용 제외를 신청하면 신청한 날의 다음날부터 이 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족은 사측이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해 주는 서류”라고 속였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단은 “고인이 휴대전화로 민원처리 결과 문자메시지를 받은 점을 볼 때 사업주의 기망행위로 적용제외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골프장 캐디처럼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직종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형식이 아닌 실질에 있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윤지영 변호사(직장갑질119)는 “근로복지공단이 골프장 캐디라는 이유만으로 근로관계의 실질을 따지지 않고 곧바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간주한 것은 법을 잘못 적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는 근로복지공단 본부를 상대로 심사청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은 직장내 괴롭힘 가해자와 사용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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