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사측의 노조탄압에 시달리다가 뇌출혈로 쓰러진 K사 전 노동자가 업무상 질병을 인정받았다. 질병 발병 12주 전 주 평균 27시간을 근무해 만성과로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회사의 노조파괴행위로 인해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를 수행했다며 업무부담가중 요인을 근거로 뇌심혈관계 질환을 산재로 인정했다.

노무법인 참터는 근로복지공단 천안지사가 최근 대전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의견을 받아들여 A씨의 요양급여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5일 밝혔다.

재해자 A씨(54)는 2018년 6월 자택에서 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가족이 재해자를 발견해 응급실로 이송돼 수술을 했고 뇌실내출혈과 폐색성수두증을 진단받았다. 재해자쪽은 2019년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뇌출혈과 같은 뇌심혈관질환은 과로를 인정받아야 업무상 질병으로 승인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발병 1주일 전과 12주 전 재해자의 주 평균 업무시간은 각각 15시간20분, 26시간57분에 불과했다. 고용노동부가 고시하는 만성과로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재해자쪽은 K사의 경우 노조파괴 사업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교대제를 실시하고 유해한 작업환경에 놓여 있고 정신적 긴장감과 육체노동 강도가 높은 점도 감안해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재해자가 노사갈등 과정에서 벌어진 2015년 사측의 폭력사태, 2016년부터 331일 동안 이어진 사측의 직장폐쇄 조치 이후 2017년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해 심리상담을 받은 증거자료를 제출했다.

질병판정위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였다. 대전질병판정위는 “업무부담 가중요인과 관련해 주간연속 2교대 근무로 ‘교대제 업무’에 해당하고 (재해자가 일한) EVAP 생산라인 소음이 80데시벨 이상으로 나타나 ‘유해한 작업환경에 노출되는 업무’에도 해당한다”며 “EVAP 라인작업의 총 취급중량이 500킬로그램 이상으로 나타나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특히 노조파괴행위로 인한 노사갈등, 약 1년간 지속된 직장폐쇄와 급여 미지급 등의 상황과 직장폐쇄 해제 이후 업무에 복귀해 근무할 당시 타라인 직원의 결원이나 휴가자로 인한 결원이 발생한 경우 업무내용이 수시로 변화해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를 수행했다”는 취지로 판정했다.

김민호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 충청지사)는 “만성과로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업무시간이 40시간이 채 안 되는 단시간 노동자들은 뇌심질환을 인정받기 매우 힘들다”며 “과로가 아니더라도 뇌심혈관질환에 악영향을 미치는 업무부담 가중요인은 여러가지가 있는 만큼 과로 없이 업무부담 가중요인만으로도 뇌심혈관질환이 인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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