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유행할 조짐을 보인다고 한다. 세계 여러 나라들은 선제적으로 남아공을 포함한 인접 국가에서 오는 승객들에게 한층 강화한 입국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28일 0시부터 해당 국가에서 출발하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이 금지된다. 국내적으로는 코로나와 함께 살아간다는(living with coronavirus) 위드 코로나 정책을 하면서도 국외에는 다시 빗장을 걸게 됐다.
빗장의 당위성이나 효용성에 관해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로 인해 그나마 회복세에 있던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이 다시 감소하지는 않을지 걱정된다. 실제로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이용객 수는 1천200만명에 불과해 2019년 7천만명에 비해 80% 이상 줄었다. 코로나 이후 지난달에 처음으로 이용객이 30만명을 넘겼다는 통계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팬데믹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까짓 거 해외여행 한번 안 가면 되는 거 아니냐”라고 말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해외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관문인 인천공항에 빗장이 걸린다는 건 그렇게 간단한 문제만은 아니다. 인천공항에는 이미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전례 없는 고용위기가 발생했다. 그리고 그 위기는 끝날 기미를 보였던 적도 없이 현재도 진행 중이다. 코로나 이전 숙박업 등 연관 산업을 포함하면 최대 5만명 정도가 근무했던 인천공항에서 많은 노동자가 무급휴직이나 권고사직 같은 비자발적 이직을 하게 됐고, 여전히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고용노동부는 오히려 고용유지지원금 예산을 축소해 국회에 제출했다. 단계적 일상 회복이 진행 중이고, 7개월 연속 취업자가 50만명 이상 증가하는 등 고용시장도 지속적인 회복 흐름을 보인다는 게 그 이유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경향은 인천공항에 적용되지 못한다. 화물업계는 오히려 코로나 특수라 불릴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지난해 김포공항 이용객이 인천공항을 앞섰고,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여객 분야의 업황은 좋지 못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항공사·지상조업 인천공항 노동자는 3만1천753명이고, 이 중 1만3천76명이 유급휴직 중이다. 유급휴직을 시행 중인 사업장의 대부분은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곳으로 추정된다.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고는 유급휴직이 불가능한 구조라는 의미다. 사업주가 고용유지지원금도 신청하지 않고,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받고 있는 무급휴직 노동자도 2천272명에 달한다.
고용유지지원금이라도 있어서 유급휴직을 실시 중이던 사업장에서는 예산이 줄어들어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이 어렵게 되는 경우 더 이상 유급휴직을 실시하지 않게 될 것이다.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은 사용자의 의무가 아니고, 사용자에게는 무급휴직이라는 달콤한 선택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이 끝나도 유급휴직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곳은 대한항공 1곳뿐이라고 한다. 대한항공 이외 저가항공사(LCC)들은 유급휴직을 유지하기 어려워 무급휴직 고용유지지원금으로 방향을 선회할 예정이라고 한다.
LCC와 같은 항공사들도 무급휴직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을 준비할 정도라고 하면 지상조업사 등 항공산업 내 다른 기업들은 이미 한계상황에 다다랐을 것이다. 그곳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에게 고용유지지원금은 정말 고용유지를 위한 동아줄과 같은 존재였다. 실제 폐업 위기에까지 내몰렸던 기내식 업체는 고용유지지원금을 통해 극적으로 살아날 수 있었고, 이전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기는 하지만 노동자들은 여전히 월급을 받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행이지만, 빗장이 걸린 상태가 계속 유지될 수는 없다. 빗장이 풀리고, 이전과 같이 세계 여러 나라로의 입국과 출국이 자연스러워지게 될 날이 분명히 오게 될 것이다. 미래를 위해서도, 그리고 현재의 공항노동자를 위해서도 고용유지지원금은 꼭 필요하다. 무급휴직 확대를 부추기는 고용유지지원금 예산 축소는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 진정한 의미의 단계적 일상 회복은 노동자 급여가 이전과 같아질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