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문중원 기수가 유서에 남긴 조교사 개업심사 비리 의혹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한국마사회 간부와 조교사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문중원 기수의 2주기를 열흘 앞둔 시점이다. 유족은 판결 직후 법정 앞에서 오열했다. 노동·시민단체 관계자들도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단독부(김석수 판사)는 17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한국마사회 부산경남지역본부 전 경마처장 A씨와 조교사 B·C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12월 재판에 넘겨진 지 11개월여 만이다.
이들은 문중원 기수가 개업심사 비리 의혹을 고발한 유서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문중원 기수는 마주와 위탁계약을 맺어 마필관리사를 고용하는 ‘조교사’ 면허를 따고도 5년간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문중원 기수는 2019년 11월29일 ‘마방 임대에 마사회 특정 직원과의 친분이 중요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마사회는 조교사 심사 공정성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자 지난해 11월 조교사 개업심사 제도를 폐지했다.
검찰은 A씨가 조교사 개업심사 전인 2018년 8~10월 B·C씨의 면접 발표 자료를 사전 검토해 주는 등 특혜를 제공했다고 보고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지난 10월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2년, B·C씨에게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법원은 “업무방해를 했다는 근거가 사실로 인정되기에는 부족하다”며 이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도덕·윤리적으로 부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2018년 8월과 10~11월에는 신규 조교사 선발이 예정돼 있지 않아 선발 업무를 방해하거나 공모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선고 직후 유족은 오열했다. 경마처장 A씨가 무죄를 선고받으며 법정을 나서자 문중원 기수의 부인인 오은주씨는 한참 동안 눈물을 흘렸다.
공공운수노조 부산본부는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중원 기수가 생을 달리한 지 2년이 지난 지금도 마사회의 적폐세력을 처벌하지 못해 사법 정의가 땅에 떨어졌다”고 비판했다. 리화수 공공운수노조 부산지역본부장은 “고인의 2주기 전 죽음에 이르게 한 책임자에게 면죄부를 부여한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검찰이 바로 항소해서 이번 판결이 잘못됐다는 점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중원 기수 사망 2주기 추모행사가 28일 오후 진행된다. 노조와 유족은 경남 양산 솥발산공원의 문중원 기수 묘역을 참배한 뒤 부산역광장에서 추모문화제를 개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