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훈 기자

중국의 요소 수출규제에 따른 요소수 품귀 현상이 지속하면서 화물차와 건설기계를 운행하는 노동자들이 생계 절벽에 내몰리고 있다. 이들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해 요소수 수급대책을 마련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가격 10배 폭등에 운전대 놓는 화물노동자

7일 환경부에 따르면 선택적 촉매환원 장치(SCR)가 장착된 경유차 215만대 중 54만대가 화물차다. 국내에서는 2015년 유럽연합(EU)의 경유차 배출가스 규제 기준인 ‘유로6’가 도입되면서 SCR 부착을 의무화했다. SCR에서 요소수는 유해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질소와 물로 분해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 요소수를 넣지 않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출력이 떨어진다.

중대형 화물차의 경우 500킬로미터에서 800킬로미터를 운행하는 데 요소수 10리터가 필요하다. 10리터당 8천~1만원이던 요소수는 최근 10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마저도 파는 곳이 없어 구하기 힘든 실정이다. 자동차 부품 상점과 주유소에는 ‘요소수 품절’이라는 안내문이 내걸렸다. 외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요소수를 직접 구매하려 해도 배송에 2~3주가 걸리는 상황이다.

화물노동자들은 요소수 가격 폭등으로 운전대를 놓고 있다. 서울과 전북 전주를 주로 오가는 7.5톤 화물차 기사 김아무개씨는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마다 들러 봤지만 요소수를 파는 곳이 없었다”며 “다른 기사들도 사정은 다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 달에 요소수를 200리터쯤 쓰는데 10리터짜리 한 통을 10만원에 사면 남는 게 없다”며 “서너 통 남아 있는 요소수가 다 떨어지면 당분간 일을 쉬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굴착기·레미콘 가동 중단에 건설현장 마비 우려

덤프트럭·굴착기·콘크리트 믹서트럭(레미콘 차량) 등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건설기계를 가동하기 위해서도 요소수가 필요하다. 경기도 성남의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굴착기 기사로 일하는 최병복(63)씨는 “10리터짜리 요소수 한 통이 자고 일어났더니 10만원까지 올랐다”며 “급히 사러 갔더니 품절이라고 해서 빈손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요소수 문제 해결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에는 1만4천여명이 참여했다. 최씨는 “컴퓨터만 할 줄 알았으면 진즉에 청원에 참여했을 것”이라며 “지금 건설현장은 전쟁통이나 다름없는데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선거만 신경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요소수 대란은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5년차 레미콘 기사 박철환(56)씨는 “레미콘을 살 때 받은 대출을 매달 200만원씩 간신히 갚고 있다”며 “사나흘 지나면 요소수가 다 떨어질 것 같은데 일을 못하게 되면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덤프트럭과 레미콘이 원자재를 적기에 공급하지 않으면 건설현장 전체가 마비될 가능성도 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초반 공정인 토목공사에서 주로 활용하는 건설기계가 멈추면 공정이 순차적으로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장이 멈추면 일용직 건설노동자의 생존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

노동계, 매점매석 처벌·구제방안 마련 촉구

중국은 지난달 15일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에 대해 수출 전 검사를 의무화했다. 요소는 석탄에서 추출한 암모니아로 생산한다. 중국은 최근 호주와 무역 갈등을 겪으면서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했다. 자국 내 석탄 부족 현상이 발생하면서 요소 수출을 제한했다. 이에 따라 중국산 요소를 수입해 요소수를 생산하는 한국에서 요소수 품귀현상이 발생했다.

중국이 요소 수출규제를 풀지 않으면 요소수 대란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이날 장관급 협의체인 대외경제안보 전략회의를 열고 요소수 품귀 사태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는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하기 위한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요소수 매점매석을 처벌하고 요소수 부족으로 운행을 중단한 화물노동자에 대한 구제 방안을 마련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건설노조는 9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요소수 품귀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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