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경비원이 1년 단기 계약직으로 전환돼 고용불안과 과로에 시달리다 뇌염이 발병했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단독부(김지연 판사)는 경비원 A(73)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공단은 1심에 불복해 항소했다.
국내 한 업체에 1986년 입사한 A씨는 2004년 8월까지 생산직으로 일하다가 다음달 경비원으로 배치돼 경비업무를 수행했다. 2017년부터는 1년 계약직으로 변경됐다.
A씨는 2주간은 격일로 오전 6시부터 24시간 근무를 했고, 그 뒤 1주간은 오후 8시부터 12시간 야간 교대근무를 하는 방식으로 일했다. 24시간 근무할 때는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잘 수 있었다. 하지만 휴게실이 좁아 경비원 2명 중 1명만 잘 수 있는 환경이라 A씨는 수면을 거의 취하지 않았다.
A씨는 2018년 9월 추석 연휴기간 중 회사 내 잡초를 제거하는 일을 했다. 그런데 추석 다음날인 9월25일 발열·오한 등의 증세로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받은 뒤 9월29일 오전 5시40분께 24시간 교대근무를 하기 위해 정상 출근했다.
하지만 발열·기침이 심해지자 근무가 끝난 뒤 다시 응급실을 방문했고, ‘상세불명의 뇌염, 척수염 및 뇌척수염’ 진단을 받았다. A씨는 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하자 지난해 7월 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의 질병은 과중한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로 인해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감염됐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는 2017년부터 계약직으로 전환됐고, 뇌염 발병 무렵 회사는 경비원을 직접 고용에서 외주 인력업체 고용으로 변경을 검토하고 있었다”며 “고용불안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의 뇌염 발병 전 4주간 1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60시간30분으로 고용노동부 고시에서 정한 만성과로 기준(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에 거의 육박하거나 초과할 정도로 과다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