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독과점 우려로 장기간 표류 중인 대우조선과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노총·참여연대·재벌특혜 대우조선매각저지 전국대책위원회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과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따르는 문제점들은 예견된 것”이라며 “산업은행이 실패한 매각 결정과 마무리되지 못하는 인수합병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은 3년째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2019년 1월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을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난관에 부닥쳤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계약 종결 기한을 지난달 말에서 올해 말까지로 3개월 연장했다.
이지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전 세계 1위와 2위 조선업체가 결합할 경우 하도급사들이 합병회사에 종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예외적인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기업결합이 원칙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5일 국정감사에서 “기업결합 심사가 지연된 것은 죄송하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매각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1월 대한항공 지주사 한진칼과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대한항공은 올해 1월 14개국 경쟁심사당국에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미국·EU·중국·일본 등 9개국 경쟁심사당국은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독과점 문제를 제기하며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거나 운항 노선권 포기를 요구할 경우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될 수도 있다는 게 노동계 지적이다.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산업은행은 독과점 문제가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사실을 파악하지 않은 채 밀실 매각을 밀어붙였다”며 “대우조선과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중단하고 노동계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 부위원장은 기자회견 직후 산업은행 관계자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