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들이 문화체육관광부가 만든 방송작가 표준 집필계약서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고 있는 데다가, 표준계약서 자체도 드라마 작가 위주로 만들어져서 구성작가 등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표준계약서 내용을 현실에 맞게 뜯어고치고, 현장에 정착하도록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과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에 따르면 방송작가 표준 집필계약서 보급 이후에도 일방적으로 계약종료 당하거나 임금에서 불이익을 입는 사례가 반복하고 있다.
방송사에는 드라마 대본을 만드는 작가도 있지만 그 밖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료조사·섭외·촬영 구성·원고작성 같은 다양한 일을 하는 방송구성작가도 일하고 있다.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일하는 작가의 고용·임금불안이 심화하자 문체부는 지난 2017년 12월 ‘방송작가 표준 집필계약서’를 만들어 방송사에 보급했다.
이 계약서는 임금지급 항목을 ‘원고료’로 특정해 놨다. 드라마 작가 위주로 만들어 놓은 셈이다. 이에 따라 MBC 표준계약서의 임금 항목은 ‘회당 원고료’로 돼 있다. 지부 관계자는 “계약서대로라면 작가는 원고만 작성해서 넘기면 되지만 실제로는 기획·섭외는 물론 온갖 일을 떠맡고 있다”며 “방송사가 시키는 잡무에 내몰리면서도 그에 대한 대가는 제대로 받지 못하는 노동환경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표준계약서를 지키지 않는 방송사도 적지 않다. TBS의 표준계약서에는 계약기간이 ‘개편일까지’라고 명시돼 있다. 프로그램 개편은 방송사 임의로 진행되기 때문에 방송작가의 노동기간을 보장하지 않는 계약서다. 문체부가 표준계약서를 보급하면서 계약기간을 특정하라고 권고했지만 따르지 않았다.
불공정 표준계약서 문제를 해결할 방안도 마땅치 않다. 예술인복지재단이 운용하는 ‘예술인 신문고’를 활용할 수 있지만 신고자의 개인정보를 공개해야 해서 신고가 어렵고, 신고 후 개선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TBS 사건 당사자는 지난 7월 신고를 했는데 이날까지 방송사에 대한 출석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김의겸 의원은 “문체부는 표준계약서를 만들기만 할 게 아니라 현장에 맞게 개선하고 제대로 적용되도록 사후조치에 나서야 한다”며 “예술인신문고도 방송작가를 비롯한 예술인들이 어느 때고 두드리고 도움을 받을 수 있게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