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가 한창인 국회 안팎에서 플랫폼 대기업의 탐욕이 논란이 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네이버·카카오·배달의민족 등의 대표를 국정감사에 불러 세워 ‘상생 방안’을 주문하고 있다. ‘혁신’을 내세운 플랫폼기업이 실상은 재벌의 구태를 답습해 문어발식 확장을 하고,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후에는 소비자·중소상공인과 노동자들을 수탈하는 행태를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인 것 같다. 기존의 규제 사각지대를 활용하는 플랫폼기업의 사업 모델을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플랫폼종사자법 제정안, 직업안정법 개정안 등을 연내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가 밀고 있는 직업안정법 개악안은, 카카오 등 플랫폼 대기업도 그저 구인자와 구직자를 중개하는 직업정보제공 사업자 정도로 보는 시각을 전제하고 있다. 따라서 직업안정법상 가장 약한 규제인 신고 의무만 다하면 플랫폼기업의 중간착취가 합법화할 가능성이 크다. 플랫폼종사자법은 플랫폼을 통해 일거리를 얻는 노동자는 모두 노동법적 보호에 한참 못 미치는 형식적 보호만을 받게 될 가능성을 증가시킨다. 플랫폼종사자법은 플랫폼기업이 사전 통지만 하면 일방적으로 계약을 변경하거나 해지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해 플랫폼 노동자가 이에 대항할 효과적 수단이 결여돼 있다. 플랫폼 노동자의 보수와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알고리즘이나 인공지능(AI)에 관한 공개 요청도 ‘영업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거부할 수 있게 돼 있다. 한 마디로 두 법은 플랫폼기업의 법적 책임을 합법적으로 경감시켜 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5일 국회 밖에서는 플랫폼노동 당사자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플랫폼기업의 탐욕을 실질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플랫폼을 통해 일거리를 얻는 노동자들이 노동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법·제도를 개선할 것, 플랫폼기업과의 단체교섭을 통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노동조건 개선을 이룰 수 있도록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는 것이 당사자들의 주된 요구다.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이 가장 실효성 있는 보호 방안이자 플랫폼기업이 법적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대책이라는 점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달 16일 유럽연합(EU) 의회는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공정한 노동조건, 권리 및 사회적 보호 결의’를 채택했다. 이 결의는 올해 말에 발표될 예정인 EU집행이사회의 입법지침안에 담겨야 할 내용을 제안하고 있다. 가장 먼저 나오는 대책이 플랫폼 노동자가 노동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자로 추정하는 제도 혹은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을 사용자가 입증하도록 하는 입증책임 전환 규정 도입이다. 그리고 바로 다음으로 이어지는 제안은 노동자와 플랫폼기업 간 단체교섭의 실질적 보장이다.
EU 의회는 결의문에서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자와 자영인 사이의 제3의 지위로 만드는 것은, 플랫폼기업이 노동법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불공정한 경쟁을 하는 것을 부추기는 것이며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를 제대로 보호하기 위해서나 플랫폼기업의 불공정한 경쟁과 시장독점을 규제하기 위해서나, 플랫폼기업이 노동법적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 방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플랫폼종사자 보호’ ‘플랫폼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말하면서도 정작 이런 실제적 방안을 채택하려 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7일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원청인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의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는 사용자라고 인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에 관해 질의했다. 그러자 고용노동부는 근로계약을 맺은 고용주만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의 사용자라며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원청을 단체교섭의 상대방으로 인정하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지금 국회에 계류돼 있는 정부의 플랫폼종사자법안, 임이자 의원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법안이 모두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부인하고 플랫폼기업의 노동법적 책임을 면제해 주는 데 실제 목적이 있다는 점을 드러낸 장면이라 아니할 수 없다.
노동권 연구활동가 (laboryun@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