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대장동’ 대통령 선거다. 몇 달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슈만 터지면 뭐라도 하나 건져 보려고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기자들의 무모함과 코끼리 몸통은 제쳐 두고 솜틀 하나 흔들며 조회수 올리려는 데스크의 얄팍한 꼼수에,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이용자들의 확증편향까지 더해져 최악의 대선 보도로 나아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곽상도 아들 50억원’이 터져도 여전히 살벌한 말들을 쏟아 내고, 사업허가권자였던 성남시장 출신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뭐가 그리 잘났는지 더 거친 발언만 쏟아 낸다.
전용복 경성대 교수(경제학)가 지난 24일 양산시민신문에 쓴 ‘대장동 논란, 우리는 무엇에 분노해야 하나’를 읽어 보면 ‘공공 주도 주택공급과 주거안정’을 위해 지금 당장 정치권이 해야 할 일들이 보인다. 전 교수가 언급한 ‘빌어먹을 재정 건전성 미신’에서 벗어나 진정한 공공개발로 주거안정을 이루려면 국가 재정정책의 근간을 뒤집어야 한다. 그러려면 기획재정부 관료들의 머릿속부터 세탁해야만 가능하다. 그런 뒤에도 부동산 관련 법·제도 개선이 산적해 있다. 그런데 대선판 선수들은 이런 것에는 입도 뻥긋하지 않고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다.
보수언론의 열화와 같은 성원과 압박에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이 폭탄 수준의 주택 공급을 약속했지만, 제도개선 없는 공급 확대는 대장동 개발을 전국에 확대할 뿐이다. 부동산이 주거와 생업의 공간을 넘어 투기수단으로 변질된 지금, 어떤 공급도 대장동일 수밖에 없다.
생업 공간인 지하상가를 둘러싸고 벌어진 한편의 우화(偶話)가 있다. 서울시 전·현직 의원이 지하상가 입찰을 받게 해 주겠다며 상인회에서 금품을 받아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공유재산법)에 따르면 지하철역 지하도상가는 공공재산으로 분류돼 5년마다 경쟁입찰로 상가 운영자를 모집한다. 그러나 이 법 시행령에는 “지자체가 일반입찰에 부치기 곤란하다고 판단한 경우 조례 개정을 통해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있다.
서울지하철 강남역과 고속터미널역·영등포역 지하상가 상인회는 재입찰 시기가 다가오자 상가 운영권을 수의계약으로 재수탁하려고 고심했다. 전직 시의원은 2019년 6월께 평소 알던 영등포역 지하상가 상인회 대표에게 ‘시의원에게 부탁해 상가 운영권을 수의계약으로 받게 해 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3개 상인회는 1억3천500만원을 모아 전직 시의원에게 전달했다. 전직 시의원은 시의회 해당 상임위 위원장인 현직 시의원에게 받은 돈 가운데 3천400만원을 건넸다. 돈 받은 시의원은 서울시 담당 공무원과 상인회 대표들의 만남을 주선하고 2년 전 해당 상임위에서 서울 소재 20여개 지하상가 중 이들 3곳을 언급하며 “그동안 상인들이 상가 조성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할 수 없으니 (재입찰 관련) 혜택을 줄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지난해 영등포역과 강남역 지하상가 재입찰은 모두 불발로 끝났다. 결국 강남역 상인회 대표는 지난해 5월 전직 시의원과 영등포역 상인회 대표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전·현직 시의원 둘을 뇌물수수와 알선수재 등으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돈을 건넨 상인회 관계자들도 입건했다.
전직 시의원은 경찰에서 “돈을 받았지만 시의원에게 주지 않고 내가 다 썼다”고 진술하고, 현직 시의원은 “전직 시의원에게 3천400만원을 받았지만, 청탁 목적인 줄 몰랐고,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전직 시의원이 ‘모두 짊어지겠다’며 변호사 선임비 1천만원을 요구해 줬다”고 했다.(동아일보 9월24일자 12면 “지하철역 상가입찰 억대 로비 … 서울시의회 상임위원장 수뢰 의혹”)
모두가 대장동인데, 대장동을 막을 후보 하나가 없는 대선판이 미쳐 돌아가고 있다.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leejh67@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