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T블루 가맹 택시기사 1인당 월평균 370건의 호출(콜)을 받지만 미가맹 일반택시 기사는 2천570건의 호출을 수신한다. 그런데 일반택시 기사의 배차수락률은 4.6%으로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 대비 17분의1 수준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요청으로 최근 공개한 수치다. 해당 자료만 보면 택시업계가 그동안 주장해 온 “카카오T블루 콜 몰아주기” 주장과 배치돼 보인다. 가맹택시보다 미가맹 일반택시에 더 많은 콜을 주는데 수락을 거부해 더 적은 콜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해당 수치를 어떻게 봐야 할까. 27일 <매일노동뉴스>가 택시업계 관계자의 생각을 물었다.
미가맹 기사 콜 수락률 낮은 이유
“콜 받을 틈도 없는데 계속 들어와”
카카오모빌리티가 공개한 자료는 올해 1~8월 배차수락률이다. 가맹기사의 배차수락률은 78.5%로, 4.5%의 배차수락률을 보인 미가맹 일반택시 기사보다 17배 많다. 일부 언론에서는 같은 기간 월평균 수신호출수를 대입해 “일반택시 기사가 한 달에 2천400여건의 호출을 거절한다”고 해설했다. 카카오모빌리티도 “콜 골라잡기로 인한 승차 거부 이슈 해결을 위해 가맹서비스를 도입하게 됐고, 이로 인해 승객들의 택시 이용편의는 증대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T블루 가맹서비스 불공정·우선 배차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일반 택시기사들에게 책임이 돌리는 모양새다.
정말 미가맹 일반택시 기사들은 한 달 2천400건에 달하는 콜을 거절하는 것일까.
미가맹 일반택시 기사의 경우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에 비해 수락·거절이 자유롭고, 목적지를 수락 전 확인할 수 있다.
일반택시 기사들의 거절률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배차수락률에 커다란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콜의 질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택시기사들은 현재 위치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승객, 수익이 많이 나오는 목적지, 다른 승객을 태우기 쉬운 목적지를 선호한다. 이런 조건을 갖춘 콜을 우선 수락한다.
이헌영 전택노련 노사대책본부장은 “문제는 가맹기사에 좋은 콜이 돌아가고 남은 안 좋은 콜을 미가맹 기사에게 줘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이라며 “콜의 질과 받는 상황이 다른데 양쪽을 같이 비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반택시 기사가 월평균 2천570건의 호출을 받는다는 수치에 대해 김성한 민주택시노조연맹 사무처장은 “가맹의 경우 거의 10초 안에 자동배차가 되고, 일반택시 기사는 버튼을 눌러 수락해야 하는 시스템으로 콜이 와도 받을 틈이 없다”며 “앱을 계속 켜 놓아 콜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수락되지 않은 콜 모두 계산된 숫자”라고 지적했다.
카카오모빌리티쪽은 “일반택시 기사들의 경우 손님을 태워 콜을 못 받으면 콜멈춤을 하게 돼 있다”며 “수신호출은 콜멈춤을 안 하면 계속 콜을 받는 상태가 돼 그런 것들까지 모두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택시단체 외면하는 카카오
김성한 사무처장은 “현재 카카오모빌리티는 승차거부를 이용해 수수료를 받는 상품을 만드는 꼴”이라며 “우리의 요구는 모두 똑같이 대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맹·미가맹 택시기사에게 모두 똑같이 목적지를 표시하지 않고, 손님과 가까운 택시를 배차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카카오의 상생 약속은 진의를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는 이달 14일 스마트호출서비스 수수료 인상과 골목상권 침해 등으로 독점논란이 일자 스마트호출서비스를 전면 폐지하고 가맹택시와 상생협의회를 구성해 논의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택시업계 주요 단체인 전택노련·민주택시노조연맹·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대화상대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택시 4개 단체는 “카카오가 지역별 가맹사업자와 상생협의회를 구성하겠다는 것은 여론 무마용 미봉책이자 택시업계 내부를 갈라치기하는 행태”라며 반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