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CJ대한통운이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다며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CJ대한통운이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로 마련된 택배요금 인상분 170원 중 분류비용으로 22%만을 배정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CJ대한통운은 택배요금 인상분 배분에 관해 결정된 사항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택배노동자의 잇따른 과로사로 마련한 합의 정신을 위반했다는 비판이 노동계에서 나온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J대한통운이 과로사 방지비용으로 폭리를 취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공대위는 최근 CJ대한통운이 자사 전국 지사에 전달한 공지 내용을 공개했다. 10월부터 원청이 택배대리점에 38.3원(22.5%)을 분류비용으로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택배요금 인상분의 22.5%다. 고용·산재보험료 명목으로 책정된 13.6원을 더해도 51.9원(30%) 수준이다. 원청이 인상분의 70%를 가져간다는 뜻이다. 대책위는 “CJ대한통운이 연간 1천400억원 정도의 폭리를 취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지사에 공지된 안은 사회적 합의안은 물론 앞서 CJ대한통운과 택배대리점연합회 사이에 오가던 안보다 후퇴했다. 사회적 합의기구가 지난 6월 도출한 합의 내용에는 분류인력 투입과 고용·산재보험 가입을 위한 직접원가 상승 요인이 170원(분류인력 150원+보험비 20원)임을 확인했다. 이후 CJ대한통운은 택배대리점연합회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분류비용으로 50.1원, 고용·산재보험료로 15원을 배정하기도 했다.

박석운 대책위 공동대표는 “9월1일부터 1천명의 분류인력을 투입하기로 합의했지만, CJ대한통운은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칫 잘못하면 지난해 추석 직전에 발생했던 과로사 참사가 재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책위는 분류인력 비용을 택배노동자에게 전가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합의도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책위가 지난 14일 택배노동자 427명을 대상으로 분류작업 실태조사를 했는데 응답자 중 27.2%(84명)이 “택배기사도 분류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답했다.

CJ대한통운쪽은 “회사는 지난 1월과 4월 거래구조 개선 및 택배운임 현실화 과정에서 (확보된 재원은) 택배 종사자들의 작업환경 개선 및 소득향상, 첨단기술 도입과 서비스 향상을 위한 투자재원으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며 “목적에 따라 투자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부정확한 수치와 과장된 계산을 기반으로 회사의 경영 상황을 왜곡하고 현장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강한 유감을 표시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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