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일이다. 음악만이 나라에서 허락하는 유일한 마약이라는 다소 난해한 비유도 이내 이해했었는데, 1인 시위만이 나라에서 허락하는 유일한 시위라는 점은 쉽게 이해하기가 어렵다. 현행 거리 두기 4단계 집회·시위 기준 얘기다.
정확하게는 4단계 원칙상 허용되는 집회·시위는 없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2조2호는 시위가 “여러 사람”이 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집회도 “다수인”의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대법원 2008도3014 판결). 1인 시위는 법적으로 ‘시위’가 아닌 것이다. 이렇게 보니,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정책에 집회·시위의 방법으로 의견을 밝히는 것도 전면 금지된다는 순환적 결론에 이르게 된다. 집회·시위의 자유, 집회 허가제의 금지,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 침해 금지, 기본권은 법률로써만 제한할 수 있다는 헌법상 원칙과 민주주의 원리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지난 7월 국가인권위원회도 1인 시위만을 허용해 집회 개최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 침해라는 의견을 표명했으나, 그 후에도 침해는 반복되고 있다.
특히 위 기준은 헌법상 노동 3권을 형해화한다.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은 말 그대로 ‘단체’를 전제로 한다. 1인 시위만을 허용하는 것은 개념상으로도 맞지 않다. 헌법재판소는 노동 3권이 “사용자에 비해 경제적으로 약한 지위에 있는 근로자로 하여금 사용자와 대등한 지위를 갖추도록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근로자가 이를 무기로 사용자에 맞서서 그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하도록 하는 제도를 보장”한 것이라고 설명한다(헌법재판소 89헌가106). 한편 사회적 거리 두기 수칙은 업무미팅 등 기업의 필수 경영활동에 필요한 경우는 인원 제한 없이 허용하는 예외를 두고 있다. 정부가 노동자의 무기만을 앗아 간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 수칙은 ‘공무’에 필요한 경우에도 인원 제한 없이 허용하는 예외를 두고 있다. 정부는 ‘주택조합원 모임, 아파트 입주민 회의, 종중 및 보훈단체, 마을회관 회의’ 등의 경우, 모임의 성격이 총회 등 법적인 활동인 경우에는 인원 제한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노동조합 활동, 쟁의행위도 헌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근거한 법적인 활동이다. 특히나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는 노조법 2조6호에 규정된 행위로서 같은 법에 규정된 조합원 찬반투표, 조정절차 등을 거친 법적 활동이다. 쟁의행위의 일환인 집회·시위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정부의 설명에 비춰 봐도 과도하다.
거리 두기 수칙은 집회·시위에 대해서 특히 과도한 제약을 두고 있다. 위 수칙은 백신 접종 완료자를 각종 모임의 인원 산정 대상에서 제외하면서도, 유독 집회·시위의 경우에는 제외하지 않고 있다. 인원수 기준을 살펴보더라도, 같은 4단계에서 영화관·공연장의 경우 회당 관객 5천명, 놀이공원은 수용인원의 50%, 워터파크·카지노는 30%, 종교활동은 10%(최대 99명), 파티룸·오락실·멀티방·노래연습장은 시설면적 8제곱미터당 1명, PC방은 좌석 한 칸 띄우기(칸막이가 있는 경우는 예외)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식당·카페에서 사적 모임도 1인만 허용되거나 전면 금지되는 경우는 없다.
방역수칙 조건을 붙여 집회를 하는 것이 가능함에도 집회를 전면 금지할 수는 없다(헌법재판소 2000헌바67). 예를 들어 현행 수칙은 종교활동의 경우 마스크 상시 착용 등 기본 방역수칙 준수, 좌석 또는 바닥면에 거리 두기 지점을 표시, 개별 공간 및 건물 출입구 등에 동 시간대 출입 가능한 인원을 게시 및 안내하는 등의 방법으로 4단계에서도 최대 99명이 실내에서 종교활동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집회·시위에 대해서도 전면금지보다 덜 침해적인 방식이 충분히 가능하다.
최근 비슷한 주제의 칼럼이 여럿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럼에도 다시 한번 강조하는 이유는, 지금도 1인 시위만이 허락된 수많은 절박한 이름들이 있기 때문이다. 집회·시위의 금지는 그 자체로 인권침해일 뿐만 아니라 집회·시위로 지적하고자 했던 문제점들을 방치하고 악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빠른 시일 내에 개선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