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조선소라는 현대중공업에서는 창사 이래 현재까지 471명이 산재로 사망하는 등 크고 작은 산재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위험의 외주화로 인해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산재사고가 집중되고 있는데, 올해 들어서만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 노동자 4명이 숨지고 3명이 크게 다쳤다. 8월1일에는 안전 난간대와 안전 통로만 있었으면 예방될 수 있는 추락사고로 인해 비정규 노동자가 의식불명 상태의 중상을 당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은 연초 “문 닫는다는 각오로 재해를 막겠다”고 했고,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까지 받았지만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발생하는 사고는 줄지 않고 있다.
이렇게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사고가 빈번히, 그리고 끊임없이 발생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실제 작업자가 수행하는 작업환경에 부합하도록 안전조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것도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즉 사람은 존재하는 역할과 위치에 따라서 사물을 다르게 인식할 수밖에 없는데, 경비 절감을 통한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사용자 처지에서 보는 안전조치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작업자들이 실제 작업 과정에서 경험을 통해 터득한 것을 작업장 안전조치를 하는 데 반영되도록 해야만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될 것인데, 현재까지 비정규 노동자들의 의견을 반영할 절차와 방법이 없어서 사고가 근본적으로 근절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산재 사고를 근본적으로 근절하기 위해서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의견이 집단적으로 현대중공업의 산업안전 정책에 반영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직접 근로관계가 없더라도 산업안전에 관한 책임이 있는 원청 사업자들을 상대로 비정규 노동자들이 소속된 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이를 통해 산업안전에 관한 정책의 수립과 실천에 개입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고도화된 산업사회로 나아가면서 고용관계가 심층화되고 다변화됨에 따라 산업안전에 관한 권한이 있는 사용자와 실제 노동관계법에 따라 책임이 있는 사용자가 달라지는 현상이 발생하게 돼 노조가 산업안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통로가 사실상 막혀 있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법원 판례 법리를 통해 집단적 노동관계에서의 원청 사업자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방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을 통해 사용자를 확장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대법원도 집단적 노동관계에서 사용자를 확장하는 판결을 거듭 내놓고 있다. 아울러 중앙노동위원회는 CJ대한통운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 노조가 원청인 CJ대한통운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가 원청이 단체교섭을 거부한 사건에서 CJ대한통운의 대리점 택배기사에 대한 노동조합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CJ대한통운이 전국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정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가입된 금속노조는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고, 현대중공업이 이를 거부하자 단체교섭이행 청구의 소를 제기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 사건에서 금속노조의 핵심적인 주장은 노동법상 사용자는 헌법상 근로자의 권리를 구체화한 노동관계법이 정한 책임을 부담해야 할 수범자라는 것이고, “누가 근로계약의 당사인가”가 아니라,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누가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효과적인가”에 초점을 맞춰서 사용자성을 판단해 달라는 것이다. 대법원이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단선적인 노동관계에 매몰되지 않고 다층적이고 다각화된 고용환경에 맞게 하청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현대중공업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이를 통해 금속노조가 현대중공업의 산업안전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할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대중공업의 사망자가 471명에서 멈춰야 하지 않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