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서울 한 사립학교 법인이 9년 전 부정채용 의혹으로 사표를 냈다가 몇 년 전부터 같은 학교에 다시 기간제로 근무해 온 이사장 딸인 교사를, 이번엔 교장으로 임용하려다가 내부 반발로 취소했다. 해당 교사는 2009년 채용 당시 필기시험에서 지원자 23명 가운데 22위를 기록하고도 당시 교장이던 아버지가 면접과 공개수업에 참여해 최고 점수를 줘 최종 임용됐다. 이 사실은 교육부가 2012년 서울시교육청을 감사하면서 적발해 학교법인에 교장 중징계를 권고했지만 교장은 퇴임을 이유로, 당사자는 2013년 사표를 냈다는 이유로 유야무야됐다. 당사자는 2017년부터 다시 이 학교에 기간제 교사로 일해 왔다. 이번엔 어머니인 이사장이 해당 교사를 교장에 임용하려고 이사회를 열어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아 법인 명의로 서울시교육청에 교장임용 승인신청서를 냈다. 법인은 내부 반발이 제기되자 교육청 승인신청을 취소했다.

한겨레는 이를 지난 9일 ‘아빠 찬스 써서 취직했던 교사, 엄마 찬스로 교장까지 노렸다’는 제목의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이런 사학 비리에 경기도교육청이 사립 초·중·고의 신규 교사 채용을 전담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조선일보는 같은 9일자 12면에 ‘경기도교육청, 사립학교 교사 채용권까지 뺏는다’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사학 자율성 포기를 강요한다” “좌편향 교사들을 보내 사학을 장악하려는 의도”라고 반발하는 사립학교 입장을 잔뜩 소개했다. 경기도가 왜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지는 “일부 사립학교 채용비리가 있어 공공성 강화 측면에서 추진하는 것”이라는 언급만 있다.

때마침 더불어민주당은 사립학교 교사 채용을 교육청에 위탁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조선일보는 사학 자율성을 내세워 개정안을 비난했다.

보수언론의 태양광 발전 비난은 친원전 보도와 쌍을 이루며 점차 거세지고 있다. 급기야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태양광이 전체 전력에 기여하는 수치를 계량화하라고 지시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4일 여름철 전력 피크시간인 낮 2~3시에 태양광 발전이 전체 전력 수요의 11.1%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경향신문은 5일자 9면에 ‘존재감 없는 태양광? … 피크시간 전력 11% 책임졌다’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반면 매일경제는 같은날 6면에 ‘대통령 한마디에… 태양광 기여도 11%, 추정치 급조한 산업부’라는 기사로 산자부 발표를 비난했다. 매경은 산자부가 추정치를 급조했다는 제목을 달았지만, 기사에선 “통계에 잡히지 않은 공급·수요를 다른 설비 이용률에 비춰 추정한 숫자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충분치는 않다”고만 언급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8일 ‘빚 속의 20대’라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4년 동안 20대의 은행 대출이 2배 넘게 급증했다”고 했다. 조선일보 같은 언론이 수년째 ‘영끌’과 ‘빚투’ ‘패닉바잉’이라는 극단적 단어를 동원해 주식과 부동산 시장을 부채질해 놓고 이제 와 2030세대가 빚더미에 나앉았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지난 1년 동안 서울에서 아파트를 산 사람 중 40%가 2030세대였다. 서울 성동구와 강서구에선 50%를 넘겼다. 이런 비정상을 당연하게 만든 게 언론이었다. 한국 언론은 한껏 집값 폭등을 부추겨 놓고는, 돌아서서는 폭등했다고 비난한다. 양손에 떡 든 놀부 같다.

전체 2천만가구 중 40%에 달하는 800만가구가 집 없는 세입자고, 이들 중 30만 가구는 지하나 반지하·옥탑방 등 극한의 주거 환경에서 산다. 그 아래엔 쪽방과 고시원에서 사는 주거 빈곤층도 있다. 우리 언론이 30만 주거 빈곤층은 고사하고, 800만 세입자 입장에서 부동산 기사를 쓴 적이 있든가. 수많은 부동산 기사는 집세로 먹고사는 임대사업자에게 ‘생계형’이란 꼬리표를 붙여 서민 코스프레를 하거나, 10억원 넘는 집 가진 소득 없는 은퇴자에겐 ‘하우스 푸어’라는 이름을 붙여 보유세를 낮추라고 연일 아우성이다. 우리 언론은 이렇게 ‘집 가진 서민’을 열심히 섬긴다.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leejh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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