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애림 노동권 연구활동가

정부 청부 법안으로 국회에 계류 중인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플랫폼종사자 법안’)은 제안취지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플랫폼을 매개로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음. 이에 노동관계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플랫폼 종사자에 대해서는 노동관계법을 우선적으로 적용해 보호하고, 플랫폼 종사자의 기본적인 권익 보호 및 공정한 계약관계를 확립하기 위한 사항을 규율하고자 함.”

만약 플랫폼종사자법이 제정된다면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며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플랫폼 기업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을까. 최근 몇 가지 사례만 살펴보자.

2015년 중계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며 택시시장에 진입한 카카오모빌리티는 호출 서비스 점유율 80%라는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자 사실상 유료화를 진행했다. 올해 초 월 9만9천원짜리 ‘프로멤버십’에 가입해야 우선 호출을 받을 수 있게 하더니, 최근에는 돈을 내면 더 빨리 택시를 잡을 수 있는 ‘스마트 호출’ 요금을 일방적으로 인상하려 해 택시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택시노동자의 입장에선 승객을 태우기 위해 점점 더 카카오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호출 서비스료의 인상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플랫폼종사자법안은 플랫폼 사업자가 플랫폼 이용 수수료의 부과 기준 등을 변경할 때 10일 이전에 이를 서면으로 노동자에게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서면 통지만 하면 플랫폼 사업자가 플랫폼 이용계약을 일방적으로 변경하거나 심지어 해지하는 것이 가능하고, 노동자가 이에 대해 대항할 방법이 없다.

고용노동부는 2019년 10월 요기요플러스 배달노동자들이 임금 미지급을 진정한 사건에서 이들을 근로기준법의 근로자로 인정한 바 있다. 당시 판단 근거는 배달노동자의 근무시간·장소 등을 회사에서 지정하고, 임금을 시급으로 지급한다는 점 등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요기요는 노무관리방식을 더욱 고도화시켜 인공지능(AI)을 도입했다. AI가 배차수락률·배달시간 등을 평가해 라이더를 3등급으로 나누는데, ‘1등급’을 받지 못하면 원하는 근무 스케줄을 잡기가 사실상 어려워진다. 그래서 라이더들은 1등급을 받기 위해 대·소변까지 참아 가며 일하게 되고, 사고 위험이 증가하는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

플랫폼종사자법안은 배달앱과 같은 플랫폼 사업자가 플랫폼 노동자에게 보수 지급기준, 안전과 건강 보호를 위한 사항 등이 명시된 계약서를 서면으로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이게 전부다. 배달노동자 보수 지급기준은 시시각각 변동된다. 배차수락률·평점·배달시간 등을 반영한 알고리즘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관한 노동자의 알 권리나 의견 제기를 보장할 방법은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

‘로켓배송’으로 유명한 쿠팡은 이미 종업원수가 현대자동차에 이어 국내 2위를 차지할 정도로 급속도로 성장해 왔다. 그런데 쿠팡에는 종업원인 기사뿐만 아니라 일반인이 초단기계약으로 배송업무를 하는 쿠팡플렉서가 함께 증가해 왔다. 매일 수천 명의 일반인들이 간단한 등록 절차만 마치고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쿠팡의 배송업무를 수행한다. 이들에게 일하기 전 안전교육은 고사하고 기본적 작업도구나 개인안전보호구도 지급되지 않는다. 지난해 쿠팡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생겼을 때에도 쿠팡은 이 사실을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알리지 않아 집단감염을 부추겼다. 단시간노동으로 일하는 쿠팡플렉서에게 최소한의 안전보호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플랫폼종사자법안은 플랫폼기업이 안전과 건강보호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에도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데 그친다. 네카라쿠배와 같이 독점화하고 있는 플랫폼 기업에게 500만원의 과태료란 그야말로 껌값 수준일 뿐 규제력을 가질 수 없음이 분명하다.

정리하자면 정부의 플랫폼종사자법안은 플랫폼을 통해 얻은 노무를 제공하는 노동자를 보호할 수도 없고, 플랫폼기업에게 합당한 책임을 부과할 수도 없다. 오히려 플랫폼이 활용된다는 이유만으로 낮은 보호, 낮은 책임을 정당화시켜 주는 법안일 뿐이다.

노동권 연구활동가 (labor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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