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을 늘려 달라. 휴게실을 만들어 달라. 지하에 환풍기를 설치해 달라. 물 마실 수 있도록 냉온수기를 설치해 달라.”
9일 오후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 회의실에서 송영길 대표를 만난 택배노동자들이 풀어 놓은 하소연이다. 한국노총전국연대노조 택배산업본부와 더불어민주당은 택배현장 작업환경 등으로 인한 건강권 침해 실상을 점검하기 위해 간담회를 개최했다.
지난 6월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 사회적 합의기구가 내놓은 2차 사회적 합의에 따라 택배사들은 내년부터 분류작업을 전적으로 책임진다. 택배기사에게 분류작업을 전가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행 과도기 단계여서 적지 않은 택배노동자들이 아직 터미널에서 직접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간담회에 참석한 택배노동자들은 화장실과 휴게실 같은 기본적인 편의시설이 마련되지 않아 고충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시설이 개선되지 않으면 분류인력도 나쁜 노동환경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방아무개씨는 “70여명이 일하는 터미널에 남자 화장실이 2칸, 여성은 1칸밖에 되지 않는다”며 “요청해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지역운송을 맡은 임아무개씨는 “분류작업이 이뤄지는 지하공간에 환풍기도 없고 화장실도 없고 물 마실 수 있는 냉온수기조차 없다”며 “의원님들이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조강현 택배산업본부 조직국장은 “냉방시설이 없어 선풍기를 자비로 사서 가동하거나, 정수기가 부족해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하는 터미널이 수두룩하다”며 “택배사들은 노동자의 건강권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작업현장을 개선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김현중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은 “택배사들은 수많은 노동자들이 과로로 쓰러져 갔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영길 대표는 택배 터미널에 대한 폭염대책을 추진하고, 관계부처와 협의해 현장을 감시하겠다고 답했다. 현재 정부는 실외 작업현장에 국한해 폭염대책을 수립하고 있고 터미널과 같은 실내는 사실상 제외하고 있다. 송 대표는 “열악한 환경 개선을 위해 과중한 업무 부담을 줄이는 게 시급하고, 냉방시설 부족 등에 대한 폭염대책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며 “택배노동자들이 엄청나게 고생하고 계신 것에 대해 위로를 보내고 함께 머리를 맞대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택배현장을 방문해 작업환경을 체험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이달 말께 직접 현장을 찾을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