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정년을 지난 운전기사에게 촉탁직 재고용 기대권이 있다고 인정하고, 버스회사에 임금을 지급하라는 노동위원회 구제명령을 이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유환우 부장판사)는 지난달 23일 버스회사 A사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이행강제금부과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버스회사에서 촉탁직으로 근무한 운전기사 B씨와 C씨는 2019년 8월과 9월 각각 정년이 돼 근로관계가 종료됐다. 이에 이들은 근로계약 종료가 부당해고라며 서울지노위에 구제를 신청했다.
서울지노위는 재고용 기대권이 인정되는데도 합리적 이유 없이 재고용을 거절한 것은 부당해고라고 보고 운전기사들을 원직에 복직하고, 해고 기간 중 정상적으로 일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회사는 재심을 신청하지 않아 서울지노위의 초심이 확정됐다.
그러나 회사가 운전기사들에 대한 원직 복직만 이행할 뿐 임금은 지급하지 않자 서울지노위는 구제명령 일부 불이행을 사유로 1천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다. 회사는 이행강제금을 모두 납부하면서도 “구제명령이 위법하고 임금 지급을 불이행한 데 정당한 사정이 있다”며 지난해 8월 행정소송을 냈다.
회사는 “운전기사들에 대기기간을 제외한 임금을 지급하고자 여러 차례 협의를 요청했지만, 운전기사들이 정년 도달일 다음날부터의 임금을 요구하며 협의에 응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법원은 회사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지 않아 구제명령이 확정됐기 때문에 구제명령의 적법 여부를 살핀 후 회사가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판단했다.
재판부는 회사가 운전기사들에 대한 재고용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단체협약에서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에 대해 재고용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나아가 운전기사들의 업무는 상시적·계속적인 업무”라며 “회사는 2014년 이후 재고용 신청자 전원을 촉탁직으로 재고용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구제명령 불이행에 정당한 사정이 있다는 회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회사는 운전기사들의 귀책사유만을 주장하며 구제명령 이행기일까지 임금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임금 산정 과정에서 운전기사들과 합의가 없었더라도 합리적인 기준을 적용해 산정한 임금을 지급하거나 법원에 공탁함으로써 구제명령 불이행의 책임을 면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