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원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8월에 접어들면서 케이오 주식회사(KO) 해고노동자들의 농성도 444일을 넘기게 됐다.

항공기 지상조업 등을 영업으로 하는 KO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회사다. 항공업과 문화재단이 무슨 관련일까 싶지만, 박삼구라는 인물을 중간에 끼워 넣으면 쉽게 알 수 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KR(운송지원), KA(여객지원), KF(시설미화), KO(기내관리) 등 자회사들의 지분을 100% 소유한 상태에서 자회사에서 배당금과 기부금 명목으로 수익을 거둬들이면, 재단을 장악하고 있는 박삼구가 그 자금을 이용해서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 등으로 이어지는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는 구조였다. KO도 금호아시아나재단에 2018년 3억8천만원, 2019년 4억5천만원을 배당금 명목으로 지급했고, 2019년에는 1억4천만원을 기부금 명목으로 지급했다.

KO가 무급휴직을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건 지난해 2월18일이었다. 같은해 3월5일 열사병 예방 등을 위해 공항 현장노동자들에게 하루 한 번 제공하던 아이스크림을 더 이상 지급하지 않겠다는 내용 등의 조치를 발표하더니, 3월19일에는 두 달 뒤인 5월10일자로 정리해고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KO가 내세운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로 항공기 운항률이 감소해 자금상황이 악화됐다는 것이었다. KO에 돈이 없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요건이 완화되는 등 대책이 등장했음에도 정작 KO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지원금을 신청해도 수령하기까지 2개월 정도가 걸리고, 지원수준이 휴직수당의 3분의 2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약 2개월 후 정리해고를 시행하겠다면서 노동자들에게 하루 한 번 아이스크림을 제공할 돈마저 아껴야 한다면서 지원금 수령에 시간이 걸리고 지원금액이 많지 않다는 이유로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고용유지지원금조차 신청하지 않던 KO는 직원들에게 무기한 무급휴직과 희망퇴직 중 택일을 요구하면서 무급휴직에 동의한 직원들 중에서 소위 ‘필수근무자’를 선별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회사의 선택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은 기약 없는 무급휴직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고통을 온전히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는 회사의 방침을 도저히 따를 수 없었던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지부장을 비롯한 노동자 8명은 무기한 무급휴직에도, 희망퇴직에도 동의하지 않았고 결국 5월10일 정리해고됐다.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 대상자로 선정한 것은 명백한 부당해고였다. KO가 필수근무자를 선별한다며 진행한 평가절차도 객관성·공정성·합리성을 전혀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이 노동위원회 구제절차에서 확인됐다. 평가점수가 아무리 높아도 회사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무급휴직 대상자로 분류될 수밖에 없었다. 지부장 등에 대한 정리해고는 지방노동위원회는 물론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부당해고로 판정했다.

그러나 KO는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을 이행하는 대신 이행강제금을 납부하고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법률사무소 변호사들을 선임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부당해고 구제명령에 대한 이행강제금은 최대 2천만원이다. KO가 선임한 변호사들의 수임료도 수천만원에 달한다는 소문이 들린다. 해고된 노동자 8명의 1년치 임금을 전부 합친 금액과 맞먹는 돈으로 노동위원회 구제명령조차 이행하지 않은 채 버티고 있는 것이다. KO에는 돈이 있었다.

해고로 하루아침에 일터에서 쫓겨난 사람들의 고통은 여전한데, 돈이 없다는 이유로 부당해고를 자행한 회사가 이행강제금을 납부했다는 이유로 노동위원회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은 누가 봐도 부당하다. 만약 행정소송이 3심까지 이어진다면 이런 부당한 상황이 얼마나 더 계속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노동위원회 구제명령에 실효성을 부여할 수 있는 방안이 너무나 절실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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