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사건에 대해 재판부가 8년 만에 유죄를 확정했다. 하지만 성희롱 피해자는 “여전히 두렵다”고 말했다. 회사의 괴롭힘에서 보호받을 장치가 여전히 없다고 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지난 21일 르노삼성쪽과 검찰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사업주에게 2천만원의 벌금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민사에 이어 형사소송에서도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사측의 불리한 조치를 인정하고, 그 책임을 사용자에 물은 것이다. 2013년 6월 소송이 시작된 이후 8년 만이다. 르노삼성자동차 직장내 성희롱 사건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는 피해자의 소감과 논평을 28일 공개했다. 르노삼성차는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와 피해자를 도운 조력자를 부당징계·직무정지·대기발령·부당업무배치 등 불리한 조치를 해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는 “처음엔 제가 꽃뱀이 아니라 ‘직장내 성희롱 사건 피해자’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 시작했던 소송이었고, 저를 도운 직원이 저 때문에 회사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을 두고 볼 수만 없어 소송을 지속했다”며 “비슷한 상황에 처한 분들에게 긍정적 판례로 남겨 사내 성희롱을 신고해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은 마음에 8년간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그는 “재판이 끝난 것이 두렵다”고 했다. “회사의 괴롭힘에서 자신을 보호해 주던 방패막이였던 소송이 종료되면 회사가 또 어떻게 저를 괴롭히기 시작할 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공대위는 “부당한 차별에 침묵하지 않고 존엄성을 지키려는 당연한 행동이 결실을 맺기까지 이토록 긴 시간이 걸렸다”며 “그런데 아직도 회사 복귀가 두려운 피해 노동자의 현실을 보면 안전한 일상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르노삼성차는 조직 구조와 문화를 대대적으로 혁신하고 당사자를 비롯한 여성노동자에 평등한 일터를 제공하라”고 촉구했다. 공대위는 “더 나은 현실을 만들 책임은 우리 모두의 몫”이라며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자신의 피해를 드러낼 수 있는 사회, 그에 따라 온당한 보호를 받고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