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쿠팡물류센터 근로자들을 조직 대상으로 하는 노조(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가 설립됐다. 비정규 노동자들이 대부분인 사업장에서 노조를 조직하는 일은 여전히 험난한 여정이며 노조설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적극적인 태도가 드러나는 경우 각종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곳 또한 다르지 않았다.
이곳 근로자들은 ‘3·9·12(개월)’ 단위로 소위 쪼개기 근로계약을 반복하면서 기간제로 근무하고 있으며 이후 전환심사를 거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
근로자 A씨는 3·9개월의 계약기간을 거쳐 현재 12개월짜리 근로계약을 체결해 인천 소재 물류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올해 2월 근로자 A씨는 출근길에 노조설립을 위해 선전전을 하던 이들에게 홍보물을 받아 처음 ‘쿠키런’(‘쿠팡에서 노조키움-RUN’이라는 의미로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가입해 회사의 부당한 대우와 비인간적 노동조건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는 온라인 공간)이라는 네이버밴드 존재를 알고 밴드에 가입했다. 이곳에서 사용자 지시로 이뤄진 교육을 수강한 경우 그 시간은 근로시간에 해당해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을 확인했다. 이후 회사에 초과근로수당에 대해 문의하고 밴드에도 관련 문의 게시글을 올리게 됐다. 회사에서 수당이 지급될 것이라는 답변을 들은 근로자 A씨는 기쁜 마음으로 이 상황을 밴드에 공유했다. 당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이유로 모든 센터에서 엘리베이터 운영이 중지된 상황이었는데, A씨는 이런 불만이 여러 센터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을 밴드를 통해 인지했다. 공식채널인 ‘쿠팡 코로나19 핫라인’에 엘리베이터 운영 중지 문제를 제기하고 이 상황도 밴드에 공유했다.
그러나 밴드 활동을 시작한 지 불과 일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부터 관리자들의 괴롭힘이 시작됐다. “조끼는 언제 입을 거냐” “쿠키런 하려면 모범을 보여야지” “너 ‘총대’ 잘 멘다며” 등의 말로 조롱했다. 업무와 밴드 활동을 관련짓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자 “네가 노조하면 뭐라도 된 것 같냐”는 등의 조롱과 윽박이 이어졌다. “밴드에 그런 글 쓰지 마라”며 활동 중단을 강요하기도 했다.
한편 내부에서 주로 기계로 팰릿을 옮기는 업무(EPJ)를 하던 근로자 A씨에게 야외에서 근무하는 ‘차량유도’로 갑자기 업무변경을 지시하고, 업무수행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부당한 사실관계확인서를 두 차례 징구했다. 2월 한파에 아무런 방한 장비도 지급하지 않은 채 대기실 초소가 아닌 야외에서 계속 대기하도록 하는 등 업무상 부당한 처우를 지속해 정신적·육체적 괴롭힘이 이어졌다.
A씨는 회사의 민원채널을 통해 직장내 괴롭힘 신고를 했지만 회사는 조사기간 동안 법이 정하는 조치도 전혀 취하지 않은 채 제대로 된 객관적인 조사 없이 불인정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사건을 종결했다. 결과 또한 구두 통보였고 문서로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A씨는 직장내 괴롭힘 법률지원을 받아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했다. 현재 노동부 진정 절차가 진행 중이다. 다행히 노동부가 사용자의 조사 과정과 조치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직접 추가 조사를 진행하기로 한 상황이다. 제대로 된 조사와 조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이처럼 노조를 설립하거나 가입하는 일은 법 글귀처럼 쉽지는 않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여전히 우리나라 노조 가입율은 10%대에 머무르고 있다. 그에 반해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사용자의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받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위 사건 또한 직장내 괴롭힘 관련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본질은 노조설립 및 가입을 방해하려는 부당노동행위라고 볼 수 있다.
언제쯤 우리는 말 그대로 ‘자유로이’ 노조를 만들고 가입할 수 있게 될까. 최근 한 정당의 대선후보라는 자가 나라를 망치는 게 ‘귀족노조’라고 운운하면서 노조활동을 더욱 위축시키는 정책을 펴겠다고 나서는 이런 일천한 인식이 버젓이 판치는 형국에서는 아직도 요원하다는 생각이 들어 서글퍼진다.
그러나 오늘도, 누구도 찾아주지 않는 권리를 회복하고 부당함에 맞서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이 희망이다.


이제는 노조 악덕 집행부와 부도덕한 임원이 비조합원 노동자의 노동존중은 커녕 비조합원 의 인권조차 유린하고 있다. 경험자다.
노동조합 어디로 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