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동희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

최근 산업재해는 많이 이슈화됐다. 하지만 여전히 다른 사람의 일이거나 TV에서 보는 뉴스로 보는 경향이 크다. 나와 내 가족, 그리고 동료에게 일어나기 전까지는 그렇다. 지난해 7월 이 지면에 실었던 ‘산재보험 사용설명서’에 이어 산재보험을 사용하는 몇 가지를 방법을 추가로 알려 주고자 한다.

1. 초기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 사고가 발생한 경우 현장 보존과 사고 발생상황에 대한 조사가 중요하다. 업무 중 발생한 사고는 거의 산재로 승인되지만, 중요한 것은 사업주의 민사상 배상 문제다. 사업주의 과실 유무, 안전조치 유무, 보호구 등 지급 유무, 안전교육의 실시 유무 등이 향후 사업주 배상책임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 배상받기 위해 재해자나 유족은 경찰·근로감독관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필요하면 고소·고발 조치를 해야 한다.

2. 사업주와의 합의에 신중해야 한다. 사망 같은 중대재해가 발생하거나 사고가 큰 경우 산재처리와 별도로 사업주가 합의를 요청하기도 한다. 사업주가 재해자나 유족에게 일정한 합의금을 지급하고, 산재 처리를 피하거나 민·형사상 책임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시도다. 합의는 사고 발생 초기보다 산재신청 후 근로복지공단에서 보상이 확정된 시점에서 하는 것이 좋다. 원칙적으로 사업주로부터 합의금을 받으면 공단은 그 금액의 한도 내에서 산재 보험급여 지급의무가 없다. 다만 금액의 성질을 “산재보험급여와 별도의 위로금으로 명시”한 경우에는 받을 수 있다. 보상금액의 적절성, 사업주 과실, 합의서 문구 등 법률 자문이 필요할 수 있다.

3. 사고 발생 경위의 일관성이 필요하다. 업무상 사고의 경우 90% 이상이 산재로 승인된다. 대부분 업무 중 추락하거나 미끄러지는 등 명확한 재해이기 때문이다. 다만 업무상 사고라고 하더라도 사고 발생 경위가 명확하지 않거나 일관성이 부족한 경우 산재로 승인되기 어렵다. 재해발생 일시를 정확히 특정해, 그 경위를 일관되게 주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고 발생시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병원에 가야 한다. 사고 경위를 말하고, 이를 의무기록지에 기재되도록 해야 한다. 사고 경위 판단의 핵심적인 근거는 의무기록지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4. 상병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치료가 필요한 요양 사건의 경우 병명이 특정·진단돼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검사 등을 시행해야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단인지 여부다. 일부 의사는 잘못된 진단이나 수술을 하기도 한다. 동일한 MRI필름이라도 의사마다 다르게 판독하는 사례도 많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해당 부위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가급적 3차 병원)에게 진단을 받는 게 좋다. 가령 어깨가 아프면 동네 정형외과를 가는 것이 아니라 어깨(견관절) 전문의를 찾아가야 한다.

5. 산재 사건을 대행 또는 위임할 때 신중해야 한다. 단순한 사고일 때는 의료기관에 요양신청을 대행할 수 있지만, 업무상 질병의 경우 병원에 위임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원무과 산재담당자 중 전문지식이 있는 이들이 드물기 때문이다. 또한 대리인에게 위임할 때에도 전문지식이 있는지, 사건처리의 경험이 많은지 등을 보고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과잉광고로 사건을 받은 뒤 형식적으로 처리하는 경우도 많다. 재해경위서와 준비서면·촉탁신청서류·증거자료를 어떻게 작성하고 제출하는지 요청해서 살펴봐야 한다.

6. 산재 승인에서 본인 과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사고발생시 본인이 안전모를 쓰지 않는 등 잘못이 있어도 산재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질병도 마찬가지다. 흡연·음주력·고혈압·건강관리 소홀 같은 본인의 기왕력이나 기존 질병이 있더라도 과로·스트레스가 있어 뇌출혈·심근경색 등이 발생했다면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다. 노동자가 내성적인 성격이라도 직장내 괴롭힘으로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이 발생했더라도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담배를 피웠더라도 용접 등 발암물질에 노출되어 폐암이 발생했다면 산재다. 본인의 과실 유무, 기존 질병이 아니라 회사에서 사고나 질병을 발생시킨 업무적 요인이 산재 판단의 중요한 근거다.

7. 산재 승인뿐만 아니라 이후 과정이 중요하다. 산재 제도는 모두 노동자나 유족의 청구를 기반으로 운용된다. 최초 요양신청 이후 새로운 상병이 발생하면 추가상병을 신청하고, 산재 승인 전 사용한 의료비용에 대해서는 요양비 청구를 해야 한다. 최초 요양승인 기간 이후 치료를 위해 요양기관 의사를 통한 진료계획서를 작성·제출해야 한다. 상급병원 등에서 진료가 필요하다면 병행진료 제도나 전원신청 제도를 활용한다. 요양 기간에 대해 휴업급여를 청구하고, 2년의 요양 기간이 지난 이후 중증 요양상태인 경우에는 상병보상연금을 신청한다. 요양이 종결된 이후 장해가 남으면 장해급여를 청구하고, 상병이 재발하면 재요양 청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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