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노동자 50여명이 16일 서울 청계천 광통교에서 폐점매각 중단과 고용안정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집단 삭발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바리캉을 쥔 손이 하염없이 떨렸다. 선글라스로 눈은 가렸지만 흘러나오는 눈물은 미처 가리지 못했다. “머리가 밤톨처럼 예쁘다”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고 “머리는 금방 자란다”며 서로를 얼싸안기도 했다.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는 16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청계천 광통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삭발식을 가졌다. 홈플러스 여성노동자 50명이 ‘투기꾼 MBK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습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채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다. 이들은 ‘단결·투쟁’이라고 적힌 머리끈을 매고 “지키자 홈플러스, 쫓아내자 MBK”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삭발한 김영옥(49) 지부 울산동구지회장은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하나둘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며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머리라도 깎으러 나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부 합정지회 조합원 신선덕(55)씨는 같은 매장에서 함께 근무하는 동료의 머리를 깎았다. 그는 “여자가 머리를 민다는 게 진짜 너무 눈물이 나서 선글라스로 가렸다”며 “직원들은 절실한데 회사는 아무런 반응도 없다”고 말했다.

2015년 MBK파트너스가 대규모 차입을 통해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근무인력이 줄어도 충원이 되지 않아 노동강도가 높아졌으며 매장은 하나둘씩 매각되고 있다고 지부는 주장했다. 지부는 “2019년 3억원이던 유형자산처분이익이 지난해 6천260억원으로 늘어났고 부채총액은 전년 대비 6천927억원이 줄었다”며 “MBK와 경영진이 매장 매각대금을 차입금 갚기에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철한 지부 사무국장은 “정년퇴직까지 안정되게 일할 수 있는 홈플러스를 원한다”며 “내가 일하는 매장이 언제, 어떻게 팔릴지 모르는 불안함을 가진 채 일할 수 없기에 여성노동자들이 삭발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집단 삭발식은 지난달 13일에 이어 두 번째다. 주재현 홈플러스지부장은 “지역본부장 등 11명이 삭발했지만 MBK는 외면했고 여성노동자들이 삭발하면서 호소하는 것을 정부나 국회의원들도 모른 척했다”고 지적했다.

지부는 19일 전국 매장에서 전 조합원 파업대회를 열고 하루 파업을 한다. 지점 폐업·매각 중단과 고용보장, 임금·단체협약 타결이 주된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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