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병욱 변호사(법무법인 송경)
▲ 정병욱 변호사(법무법인 송경)

우리 헌법은 23조1항에서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하되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같은조 3항은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 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며 재산권 제한에 대한 손실보상을 규정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1년 이상 유행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처음에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49조1항2호(흥행, 집회, 제례 또는 그 밖의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를 근거로 노래방·피씨방·헬스장 등의 영업을 금지했다. 이제는 같은 조항을 근거로 5명 이상 사적모임을 금지하고 있다. 차츰 경제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하지만 K-방역이라고 추켜세우는 정부의 방역을 잘 따른 결과로 손실을 본 자영업 노동자들의 희생과 눈물은 누가 보상해 줘야 할 것인가.

감염병예방법 70조1항은 손실보상심의위원희의 심의·의결에 따라 손실을 보상해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같은법 49조1항2호에 따른 조치로 인해 발생한 손실은 손실보상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법 49조1항1호는 관할 지역에 대한 교통의 전부 또는 일부를 차단하는 것을 규정하고, 2호는 영업시설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을 규정해 그 대상이 되는 자들의 재산권 손실이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감염병예방법의 손실보상 규정을 보면, 49조1항의 1호와 2호는 빠진 채 4호 이하부터 손실보상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감염병예방법 49조1항2호를 근거로 영업 제한도 아니고 영업을 금지까지 하도록 명하면서 영업금지에 따른 손실보상은 아예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재산권 제한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도록 규정한 헌법 23조3항에 위배되는 입법 부작위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일찍이 지금은 폐지된 도시계획법에 따라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토지에 대해, 종래의 지목과 토지현황에 의한 이용방법에 따른 토지 사용도 할 수 없거나 실질적으로 사용·수익을 전혀 할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에도 아무런 보상 없이 이를 감수하도록 하고 있는 한, 비례의 원칙에 위반돼 당해 토지소유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1998. 12. 24.자 89헌마214 결정). 헌법재판소는 위 결정에서 국민의 재산권을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게 합헌적으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수인의 한계를 넘어 가혹한 부담이 발생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이를 완화하는 보상규정을 둬야 한다고 했다.

사회성이나 공공성이 강한 토지 소유권에 대해서도 그 개발의 제한을 아무런 보상 없이 감수하도록 하는 것은 위헌이다. 그런데 아무리 코로나19 바이러스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방역 기간이 길어지면서 영업 손실이 발생한 데 대해 아무런 보상 없이 영업 손실을 감수하라고 하는 것은 영업과 노동으로 생활비를 벌고 생계를 유지하는 자영업 노동자들의 영업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이미 일부 자영업 노동자들은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고, 국회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의 손실을 보상하려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하지만 여전히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나 법 제정은 요원한 상태다.

K-방역을 잘 따른 노동자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없다면, K-방역은 공염불에 불과할 뿐이다. 국민들이 더불어 함께 잘 살기를 진실로 바란다면, 시급히 손실보상법을 제정해야 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