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증편향(確證偏向), 노동행정기관 규탄한다.”
지난 3월12일 “확증편향은 자신의 견해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 취하는 성향으로 자신이 믿고 싶지 않은 정보에는 신경을 쓰지 않거나 외면하는 자기중심적 왜곡인데, 노동당·정의당·진보당은 이번 사건에 나타난 노동행정기관의 확증편향을 규탄한다”며 광주·전남의 진보 3당이 밝힌 성명서 제목이다. 진보 3당이 요구하는 내용은 노동행정기관장 사퇴와 사건 공익위원 해촉, 해당 조사관 징계, 노조혐오 사측 노무사 조사 등이다.
시간을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부당노동행위 기획이 연상되는 문건의 문구 하나를 소개한다. “이를 통해 노노 분쟁과 갈등을 증폭시킴으로써 당해 노조의 조직력과 교섭력을 약화시키고, 사전에 당해 노조의 동향을 파악함으로써 효율적 대응방안을 강구하며, 교섭기간을 장기화시킴으로써 조합원들의 무관심을 야기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상급단체 변경 내지 노조 통합을 도모할 수 있음.” 이것은 복수노조 예방 노무관리 방안의 한 대목으로 한국경총 문건에 나오는 내용이다. 복수노조 문제점과 대응방안이라는 ‘복수노조시대 경영계 대응전략’으로 명명된 이 문건은 복수노조 파괴 시나리오의 전초로 노노 간 갈등·분열 활용, 차별적 대응, 전략적 제3 노조 설립, 노조 가입·탈퇴의 자유 활용 등 복수노조를 대비한 노무관리 방안을 담고 있다. 그리고 16년의 세월이 흐른 2020년 9월, 민주노총 가맹 4개 산별노조(공공운수노조·금속노조·민주연합노조·사무금융노조)는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정부조직법 및 소속기관 직제규정에 따른 업무 지휘·감독 권한을 행사해 부당노동행위 사업장의 근로감독 실시를 요구했다. 바로 2004년 경총 문건의 아류처럼 만연한 지자체·공공기관·대기업의 퇴행적 노사관계를 일소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진보 3당 요구는 당연하다. 지난해 11월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사무금융노조 화원농협분회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에서 근로시간면제자의 유급활동을 인정하지 않는 사측을 편들었기 때문이다. 근로시간면제자인 노조전임자 규정이 단체협약에 버젓이 존재함에도 이 사실을 뺀 조사보고서가 작성되고, ‘별도합의서’ 외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합의가 있는지를 질문으로 하라는 억측이 보고서에 기재됐다. 게다가 9년 동안 지급된 노조전임자 급여가 불법이라는 것을 몰랐다는 사측의 거짓말을 아무런 직권조사도 없이 그냥 넘어갔다. 전남지노위는 타임오프 한도 시간 내 유급활동을 부인하는 부당노동행위 판례가 없기 때문이었는지, 타임오프 한도 시간 내 유급활동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왜 그랬는지 온갖 추측을 해 봤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올해 1월, 광주노동청 목포지청은 사건을 자세히 살펴 달라며 숱한 자료를 제출했던 노조에 ‘혐의 없음’이라는 단순 행정처리 결과를 안겨 줬다. 그런데 고용노동부 ‘근로시간면제 한도 적용 매뉴얼’은 노조의 관리업무에 대해 “노동조합 규약(산별노조의 경우 당해 사업장에 조직된 지부·분회의 운영규정 등)에 정해진 정기총회·대의원회, 임원선거, 회계감사 등 노동조합의 유지·관리를 위한 정기적이고 필수적인 활동, 상급단체 파견자의 경우 상급단체(연합단체 등)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조활동에 포함되며, 상급단체 파견활동이 사업(장) 활동과 무관하지 않으므로 상급단체 파견활동도 사업(장)별 타임오프 한도 내에서 사용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풀타임 또는 파트타임 방식에 의해 정기적·고정적으로 타임오프 한도를 사용하기로 정해진 자는 법에 정해진 소정의 대상업무를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다고도 했다. 바로 근로시간면제자에 대한 산별노조 활동을 노동조합의 관리업무로 인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남지노위와 목포지청이 한통속으로 근로시간면제자의 유급활동을 회사의 일개 부서 활동으로 국한시키고, 기업별노조의 타임오프만을 인정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이미 9년 동안 단체협약에 따라 보장된 근로시간면제자의 노조활동을 하루아침에 인정하지 않는, 직접고용 전환을 목표로 목포시청에서 근로시간면제활동을 하고 있는 것을 노조활동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업주 행위가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며 단체협약 존재 자체도 인정하지 않는 노동행정기관이라니. 평등해야 할 노사관계를 파탄 내려는 사업주에게 일조하는 결과를 만들었던 것은 그 노동행정기관이 아닌지 반문하고 싶다.
그리고 지금도 목포지청은 ㈜음식물처리나라의 단체협약에 명기된 근로시간면제자의 활동을 사측에만 유리하게 적용해 노동조합의 유급활동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루속히 중립을 가장한 사측 편향을 없애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