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조선일보가 4월26일 경제섹션 1면에 ‘주 52시간 했는데도… 대기업 주당 근로시간 0.5~1.3분 줄어’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2018년 7월부터 300명 이상 대기업에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가 시행됐지만 실제 근로시간은 거의 그대로였다는 거다. 노동시간단축 시행 전후인 2018년 6월과 2019년 6월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실제 근로시간은 고작 0.5~1.3분 줄었다는 거다.

조선일보는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2018년 근로시간단축법 시행의 고용효과 연구’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했다. 그래서 보고서를 찾아봤더니 지난해 말에 나온 연구보고서였다. 나온 지 넉 달 지난 보고서를 ‘최근’이라고 보도한 것도 우스웠지만, 50년 동안 굳었던 장시간 노동 관행이 제도 시행 1년 만에 확 바뀔 거라는 발상이 더 우스웠다.

주 52시간제는 300명 이상 사업장엔 2018년부터 시행됐지만, 그보다 작은 사업장은 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도입된다. 5~49명 사업장엔 올해 7월부터 시행된다. 5명 미만 사업장은 아예 빠졌다.

5명 미만 사업장이라고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전체 노동자의 30%에 육박하는 455만명이 이런 작은 사업장에서 일한다. 이렇게 많은 노동자를 제쳐 두고 실시하는 노동시간단축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실 주 52시간제 노동은 주 5일 40시간제를 시행한 17년 전에 이미 달성했어야 할 과제다. 우리는 2004년 7월부터 300명 이상 사업장과 공공부문에서 주 5일 40시간제를 처음 실시하고 이후 작은 사업장까지는 순차 도입했다. 그러나 저임금 구조 때문에 실제 노동시간단축은 더디게 진행됐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2012년 8월 주 40시간제 도입 전후 10년(2001~2011)의 노동시간을 분석한 결과 “10년간 총 노동시간은 소폭 줄었지만, 일자리는 꾸준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당시 연구보고서는 10년간 주당 근로시간은 50.4시간에서 43.9시간으로 소폭 줄었지만, 같은 기간 일자리는 267만개나 늘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노동시간단축은 단순히 노동시간단축에 그치지 않는다. 단축된 노동시간만큼 고용이 늘어나는 일자리 나누기 효과도 생긴다.

그뿐이 아니다. 노동시간단축은 산재 발생도 억제한다. 노동시간이 길수록 작업장 위험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아지고 사고 발생도 더 빈번할 수밖에 없다. 실제 우리나라 산재율은 노동시간단축을 전후한 2003년에서 2017년 사이 놀랍게도 절반가량 떨어졌다.

이처럼 노동시간단축 효과를 분석하려면 적어도 5년 이상의 시계열 분석을 통해 확인해야 가능하다. 또 노동시간단축 말고도 고용이나 산재 발생의 연관 효과도 함께 분석해야 의미가 있다.

산업재해는 당사자인 노동자에게도 엄청난 결과를 불러오지만, 노동자에게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산재는 기업의 생산성과 매출에도 심각한 손해를 초래한다. 결국 국가경제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당 노동시간 상한선을 주 52시간으로 엄정하게 묶었다고 효과가 금방 나타나는 건 아니다. 2018년 6월과 2019년 6월 사이 고작 1년치 변화를 분석해서 효과를 논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그렇게 해서 될 일이었다면 현재와 같은 장시간 노동 관행이 굳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법으로 틀어막아도 빠져나갈 구멍이 있는 것처럼 우리 노동시장엔 아직도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는 악재들이 산재해 있다.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leejh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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