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9일 문재인 대통령은 충남 보령화력발전소를 방문해 “2050년 탄소중립을 향한 대한민국 대전환 시작”을 선언하며 “올해를 대한민국 그린 전환의 원년으로 삼고, 그린뉴딜에 총 8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방문했던 바로 그날 그 곳 보령화력발전소 앞에선 고김용균 노동자의 동료들인 발전노동자들이 피켓을 들고 서있었다. “김용균의 동료들은 아직도 하청이다. 정규직화 약속을 이행하라!” “발전소 폐쇄, 하청노동자와 함께 하는 에너지 전환대책 마련하라!”고 외쳤다. 발전사업 민영화에 저항하고 에너지 공공성과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다 해고됐던 발전노조 해고자들은 여전히 복직하지 못한 채 “발전공기업 해고자 6명 복직, 청와대가 해결하라”는 피켓을 들고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의 발걸음과 눈길은 그 노동자들에게는 머물지 않았다.
비정규직을 포함한 전체 노동자의 고용은 외면하고, 노동자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 ‘정의가 빠진 에너지 전환’은 결국 ‘구조조정’의 다른 말일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기존 석탄발전 등을 대체하는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아무도 일자리를 잃지 않도록 공정한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단순히 선언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실제로 전환과정에서 비정규직을 포함한 전체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한 구체적 논의와 실천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태껏 정부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노력조차 없었다. 노동자와 함께 전환을 논의하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정부-노조 간 공동 논의기구 구성에 대한 계획도 없다.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법제화 추진 계획도 아직 없다.
발전소 비정규 노동자들은 말잔치로만 끝난 선언의 공허함을 이미 절감한 바 있다. 2017년 대통령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했고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4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발전소 비정규 노동자들은 여전히 하청노동자다. 억울한 죽음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시기 정부는 발전공기업들을 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하고, 수익성 중심으로 에너지 공기업들을 운영하면서 공기업의 이윤 경쟁을 부추겨 왔다. 수익성 경쟁에 내몰린 공기업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보다는 손쉽게 이윤을 올릴 수 있는 대형발전소 투자로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발전·가스 등 에너지산업 민영화와 함께 재벌 대기업의 진출을 확대해 왔고, 그 결과 민자발전소의 비중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현재는 전체 전력생산의 약 20% 수준을 재벌 대기업 등 민자발전소가 담당하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의 대안으로 재생에너지와 함께 LNG(액화천연가스)가 부각되고 있다. 이 역시 공기업인 가스공사 외 포스코·SK·GS 등 재벌 대기업들의 직수입을 확대하는 정책으로 재벌들의 가스산업 진출을 계속 늘리고, 이를 재벌의 발전소에 공급하고 있다. 신규 석탄 화력 발전에는 포스코·SK·삼성 등의 재벌들이 참여하고 있다. 게다가 3월24일에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기업 간 직접 전력구매계약(PPA)를 허용하는 법안까지 통과시켰다. 대기업이 가진 민자발전에 기업이 직접 전력을 구매할 경우 대기업이 만든 전기를 대기업에게 값싸게 제공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로 시민에게는 비싼 전기요금이 부과될 것이다. 도시가스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가 진정으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추진할 생각이라면 에너지산업의 공공성을 재확립해야 한다. 발전공기업의 녹색화를 우선 추진해야 한다. 발전회사 간 경쟁을 부추기는 현재의 전력생산 체제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발전·가스 등 에너지 공기업들이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들의 기획과 집행 사업을 책임지도록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이에 대한 국가의 지원도 뒷받침 돼야 한다. 전환과정에서 비정규직을 포함해 모든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이 발생되지 않도록 총고용 보장의 원칙을 확립하고 노동자들과 정부의 논의기구를 제도화해야 한다. 그리고 공공성을 훼손하는 재벌 대기업의 에너지 시장 장악을 막아야 한다.
지금 정부는 공정을 이야기하지만, 정의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정의가 빠진 그린뉴딜은 그야말로 ‘구린뉴딜’일 뿐이고 에너지 공공성을 파괴하는 ‘구조조정’과 ‘민영화’일 뿐이다.


그의 손에 쥐어지는 합격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