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하나 변호사(해우법률사무소)

기다리고 기다렸던 법률 개정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24일 직장내 괴롭힘 발생 시 사업주 조치의무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크게 네 가지 규정이 개정 및 신설된 이번 개정법률안은 4월 초경 공포되어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10월 초경 시행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①사용자가 직장내 괴롭힘 행위의 신고를 접수하는 경우 ‘사실확인을 위한 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는 현행 제76조 제2항의 규정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그 사실 확인을 위하여 객관적으로 조사’하여야 한다는 내용으로 개정되었다. 조사 과정에서 사용자의 객관의무를 명문화하였다. 또한, ②직장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조사한 사람 등은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피해근로자 등의 의사에 반하여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지 않아야 하며(제76조의3 제7항 신설), ③사용자(사용자의 친족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이 해당 사업장의 근로자인 경우 포함)가 직장내 괴롭힘을 한 경우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제116조 제1항 신설), ④사용자가 직장내 괴롭힘 행위의 조사, 피해근로자 보호, 가해 근로자 징계 등의 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는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규정이 각 신설되었다(제116조 제2항 제2호 신설).

요약하면 사용자에게 객관적 조사의무와 조사자의 비밀유지 의무를 부여하고, 가해 사용자 등에 대한 처벌규정을 신설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근기법 개정은 ‘직장내 괴롭힘’ 상황에 대한 ‘최소한의 룰’을 정비하였다고 평가할만하다.

현행법은 제76조의3 제6항 ‘사용자는 직장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 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를 위반한 경우에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반대로 이를 제외한 직장내 괴롭힘 신고 및 조치 과정에 대한 제재는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심지어 처벌규정이 있는 불리한 처우를 이유로 문제를 제기한 경우에도, 피해 근로자는 자신의 불리한 처우가 ‘직장내 괴롭힘 발생 사실 신고’에 기인한 것이라는 입증을 직접 해내야 했기에 실무적으로 직장내 괴롭힘 규정은 유명무실하다는 평을 면할 수 없었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규정이 시행된 2019년 7월16일 이후 참으로 많은 사람이 이 실낱같은 희망에 의지하여 문제를 제기하였고, 해결되지 않는 괴롭힘 사례에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소위 ‘사장 갑질’과 ‘친인척 갑질’이라고 불리는 괴롭힘 행위에 대하여 아무런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현행 체계를 듣고, 문제 제기 자체를 포기하는 피해자의 모습을 참으로 많이 목도하였다. 이제 ‘사장 갑질’과 ‘친인척 갑질’에 대한 문제 제기 근거가 명확해졌으니, 적어도 피해자분들께 ‘카운터 펀치’ 한 방 정도는 날릴 수 있다고 조언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위와 같은 근기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5인 미만 사업장과 특수형태고용종사자 등은 ‘직장내 괴롭힘’ 관련 규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한계는 분명하다. 특히 ‘직장내 괴롭힘’ 행위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더욱 빈번히 발생하는 현실에 비추어 보면 여전히 법은 피해자에게 가혹하다. 다만, 피해자들의 끊임 없는 목소리가 이번 개정을 끌어낸 것처럼 향후에도 피해자들이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한다면 조금 시일이 걸릴지라도 다음 근기법 개정도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그 아쉬움을 달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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