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당사자들의 반대에도 정부가 플랫폼 종사자 관련법 입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플랫폼 종사자법 제정안 및 직업안정법 개정안이 지난 18일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 형식으로 국회에 제출됐다. 정부의 플랫폼 종사자법안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얻는 모든 노동자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위장 자영인 확산법이 될 것이란 비판은 많이 제기됐다. 오늘은 거의 주목을 못 받고 있지만 핵폭탄급 위력을 갖는 직업안정법 개악안에 관해 말하려 한다.
장철민 의원 대표발의 직업안정법 개악안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고 해당 사업주 또는 노무수령자로부터 일정한 대가를 얻는 계약 체결을 위해 그 계약 정보를 제공하거나 계약 체결을 중개하는 정보처리 능력을 가진 전자적 장치 또는 체계”를 “노무중개·제공플랫폼”이라 명명해 직업안정법의 특례로 규정하고 있다.
쉽게 말해 쿠팡이츠와 같은 배달앱을 ‘노무중개·제공플랫폼’이라 규정하면서, 쿠팡이츠가 배달노동자와 음식점 사이의 계약 체결을 중개하거나 계약 정보를 제공하는 중개자에 불과하다고 법적으로 선언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쿠팡이츠는 직업소개소에 해당할 뿐 노동법의 사용자는 아닌 것이 되므로, 노동자들이 쿠팡이츠를 상대로 배달료 인상을 요구하거나 부당한 제재에 관해 다투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쿠팡이츠는 이용약관 제공, 플랫폼 이용 수수료의 사전통지 등 최소한의 사항만 준수하면 노동법의 사용자 책임에서 벗어나게 된다.
현행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은 건설 공사현장의 업무, 화물자동차운송사업에서의 운전업무 등에 근로자파견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파견 절대금지’ 업종에서 최근 노무중개·제공플랫폼이 급증하고 있다. 2019년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조합원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5% 이상이 ‘물류앱’을 통해 일감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물류앱과 같은 화물정보망이 다단계 알선구조를 개선하리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물류앱이 확대하면서 운임은 바닥을 향해 하락하고, 운임이 체불되거나 불법 화물운송을 시켜도 화주·물류앱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사태가 빈발하고 있다. 물류앱은 운송기사를 화물운송업무에 공급하는 파견업체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은 물류앱의 폐해를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파견법 등으로 규제할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직업안정법 개악안이 통과하면 앱 하나로 화물운송업무에서 기사파견업을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는 결과가 될 것이다.
노무제공·중개플랫폼 일반을 단순한 ‘중개자’로 정의하고 사용자 책임을 면제해 주는 이런 입법은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동안 우버·딜리버루 등 플랫폼기업들은 자신이, 자영인인 노무제공자와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고객 사이를 ‘중개’하는 정보통신업체이므로 노동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프랑스·스페인·독일·영국의 최고법원들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플랫폼기업이 플랫폼 노동자의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판례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난달 19일 영국 대법원은 우버 기사를 영국 노동법상 노동자(worker)라고 판단해 최저임금·노동시간·차별금지·노조할 권리 등을 인정했다. 영국 법원은 우버가 단순히 중개자에 불과하다는 주장에 대해 “이런 논리라면, 런던 시내에 수만명의 우버 기사들이 시민을 상대로 수만개의 개인사업을 하고 있다는 우스꽝스런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꼬집으면서 우버가 사용자라고 판단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노무제공·중개플랫폼의 운영에 관한 정보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신고하도록 하는 직업안정법 개정을 통해 플랫폼기업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어 플랫폼 노동자 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라 주장한다. 1998년 파견법을 도입할 때에도 당시 불법이던 근로자 파견사업을 양성화함으로써 파견노동자 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20년의 경험은 파견법 제정으로 간접고용·중간착취가 허용돼 ‘진짜 사장’은 아무 책임을 지지 않는 무권리의 노동만 양산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금 ‘플랫폼 종사자 보호대책’이라며 추진되는 직업안정법 개악은 플랫폼 노동판 불법파견을 확산시키는 방아쇠가 될 것이다.
노동권 연구활동가 (laboryun@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