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중국에서는 일자리의 플랫폼화 추세가 세계 여느 나라보다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2018년 기준 이른바 ‘공유경제’ 종사자는 7천500만명에 달하는데, 취업자 중 9.7%를 차지한다. 서구나 한국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다.

중국 정부는 디지털 플랫폼의 잠재력이 크다는 점에 착안해 필요한 규제를 외면해 왔다. 메이투안은 중국에서 가장 큰 플랫폼 기업 중 하나다. 올해 1월 현재 시가총액 1조100억 홍콩달러(약 156조원)에 달하는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국 전역 1천300여개 도시에서 3억명이 이용하고 있으니, O2O(온라인-오프라인) 영역에선 여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음식배달만이 아니라, 영화티켓과 공유자전거·호텔·교통 같은 서비스가 하나의 앱을 통해 이뤄진다.

규제 없는 플랫폼 기업의 성장은 자본에게 ‘디지털 유연성’을 통한 거래비용과 인건비 절감을 안겨 줬지만, 노동자들에게는 고통으로 돌아왔다. 장시간 노동이 만연해졌고 노동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가령 빅테크 기업에서 일하는 엔지니어의 경우 ‘996제’(오전 9시 출근, 오후 9시 퇴근, 주 6일 근무)로 인해 벌어지는 과로사와 자살이 적지 않다. 재작년 이래 일어난 온라인 캠페인과 대중의 불만으로 정치적 안정성마저 위협하는 양상이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중국 배달 플랫폼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발달해 있다. 2019년 기준 메이투안에 등록된 라이더만 399만명이고, 경쟁업체 어러머도 300만명의 라이더를 두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농촌 출신의 도시 이주노동자인 ‘농민공’이며, 80~90년대생 청년들이다.

메이투안 라이더를 고통스럽게 해 온 핵심은 바로 자본 중심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있다. 이 기술의 총책임자인 허런칭은 음식배송 알고리즘 스마트화의 원칙으로 ‘고품질-고효율-고기술, 저가격-저비용-저이윤’을 꼽는다. 한마디로 노동자를 최대한 옥죄고, 효율은 최대로 높이는 것이 메이투안이 자랑하는 ‘초뇌’ 알고리즘의 관건이다.

초뇌는 고객의 음식 주문을 접수해서 이걸 라이더에게 분배하는 과정, 나아가 배송시간을 정확하게 계산하고, 예상 노선을 검측하는 것, 끝으로 송장을 모니터링하는 것까지 자동으로 감독·관리한다. 이와 같은 음식배송 플랫폼의 알고리즘을 통해 우리는 소위 ‘디지털 경제’의 노무관리와 노동정치 모두를 들여다볼 수 있다. 라이더는 접수부터 배송까지의 전 과정을 정해진 시간 내에 완료해야 하며, 이 기준에서 안전이나 노동강도는 고려 요소가 아니다.

알고리즘은 어떻게든 배달시간을 단축시켜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에 노동강도는 그만큼 늘 수밖에 없다. 2016년 1시간이었던 메이투안의 배송 간격은 2017년에는 45분으로 단축됐고, 2018년에는 38분, 급기야 2019년에는 28분으로 단축됐다. 단축된 배송시간 안에 일을 처리하기 위해 노동자들은 교통법규를 위반할 수밖에 없다. 자발적으로 목숨을 건 곡예 노동에 뛰어들어야 하는 셈이다. 2017년 상반기 상하이에서만 2.5일마다 1명의 라이더가 목숨을 잃었고, 2년 후인 2019년 상반기에도 상하이에서 일어난 배달 관련 교통사고는 325건에 달했다.

노동에 대한 이와 같은 자동화된 통제, 나아가 별점 제도가 안겨 주는 감정노동의 지옥은 노동자들의 불만을 증폭시켰다. 유연화한 노동시간은 플랫폼에 대한 밀착을 높였고, 노동자들은 자신의 몸과 노동을 불안정한 디지털 접속과 알고리즘 배치에 끼워 넣은 채 불안해 한다. 메이투안이 구축한 등급제로 인해 노동자들은 보통라이더에서 신의 라이더까지 7개 등급으로 분류되며, 각 등급에 따라 건당 수수료도 달라진다. 높은 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라이더들은 스스로를 착취할 수밖에 없다.

라이더들은 집단적인 저항에 나섰다. 2017년 8월부터 2018년 7월까지 1년 동안 중국 전역에서는 최소 47건의 배달노동자 파업이 발생했다. 특히 장쑤성과 저장성·산둥성 등 동부 연안지대에서 빈번하게 일어났다. 2017년에 10건에 불과했던 음식배달 노동자 파업 발생은 2019년에는 45건을 넘어섰다. 만성적인 임금 체불, 열악한 복리후생 조건,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가혹한 업무규율과 과징금, 장시간 노동이 주된 원인이다.

중국공산당 내에서도 개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얼마 전 폐막한 양회 기간 나온 여러 얘기 중 가장 화제가 된 뉴스는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 리궈화가 996제에 대해 비판하고, 뭘 극복해야 하는지 언급했다. 리궈화는 “현재 우리나라의 996제 문제에 있어 기업이 통제되지 않고, 감독·관리 질서가 없으며, 공회 운영엔 한계가 드러난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처벌받는 것은 매우 드물고 노동 감독은 발휘되지 않아 노동자 권익 보호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동시간에 대한 관리·감독을 엄격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보도한 기사 조회수는 7억2천만뷰를 넘었다.

한편으로는 제도에 조정 기능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불만을 관리할 필요가 감지된 상황에서 나온 조치라 볼 수도 있다. 이 시기 벌어진 탄압 때문이다. 배달노동자 천궈장은 라이더 조직화를 시도했다. 몇 년간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활발하게 라이더들이 겪는 고충을 알려 왔고, 16개의 단톡방을 만들어 1만4천명의 노동자들과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이달 초 선전과 통샹·린이 등 도시의 라이더들이 집단적인 파업을 일으킨 것은 이 네트워크와 무관하지 않다. 한데 천궈장이 지난달 25일 당국에 의해 체포됐다. 가족과 동료들이 석방 청원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당국은 묵묵부답이다. 죽지 않을 정도, 폭발하지 않을 정도로만 불만을 관리하면서 집단적인 저항을 억누르는 통치 관행이 플랫폼 노동자에게도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방식으로는 결코 잠재된 불만과 구조적인 착취를 해소할 수 없다. 플랫폼 노동을 둘러싼 문제가 심화하고 있는 국내 현실에 반추했을 때, 극단화한 중국의 플랫폼 노동정치를 계속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C 활동가 (myungkyo.h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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