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홍익대 청소경비 노동자 고용승계 합의 10주년 맞이 LG트윈타워 고용승계 촉구 긴급토론회”라는 긴 이름의 토론회가 열렸다. 노조측 발제자는 지금 LG트윈타워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조합 파괴와 노동 3권 침해는 10년 전 홍익대에서 벌어진 것과 쌍둥이처럼 닮았다고 했다.
알려져 있다시피 LG트윈타워 소유주이자 LG그룹의 지주회사인 주식회사 LG는 100% 자회사인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에 본사 사옥 건물인 LG트윈타워의 시설관리업무를 위탁했고,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은 그 시설관리업무 중 청소업무를 청소용역업체에 재위탁했다. 청소용역업체 지분은 주식회사 LG 대표이사의 고모들이 100% 소유하고 있었다. 고모들은 10년 이상 수의계약을 갱신하며 매년 수십 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반면 청소용역업체를 통해 간접고용된 청소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은 열악했다.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았고, ‘근무시간 꺾기’라고 점심시간을 1.5시간으로 해서 하루 근로시간을 7.5시간으로 치고, 그래서 주 근로시간을 37.5시간으로 계산한 다음 남은 2.5시간을 모아서 격주로 무급 토요일 근무를 시켰다.
청소노동자들은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고자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그러나 그것은 모든 일의 시작에 불과했다. 근로계약상 사용자인 청소용역업체는 교섭에 응할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 교섭은 지연되다가 결렬됐고 조합원들은 쟁의행위 절차를 밟아 점심시간 피케팅을 시작했다. 요구사항 중 핵심은 진짜 사장 LG가 교섭에 나오라는 것이었다.
그럴 만했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우리 법제와 판례가 원청의 사용자성을 거의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주식회사 LG나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 같은 원청은 용역계약의 내용을 통해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임금 등 근로조건을 결정하고 직간접적인 지휘·감독을 행하고 있음에도, 근로계약상 사용자가 아니라는 핑계로 노동관계법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진짜 사장’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에도 진짜 사장을 대면할 수조차 없다.
LG측은 교섭에 응하는 대신 법원에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다행히도 법원은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원청은 ‘쟁의행위와 관계없는 자’가 아니므로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를 수인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원청 사업장에서 쟁의행위를 할 권리까지. 교섭을 요구할 권리는 언감생심이다.
LG측은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정확히는 오래전 홍익대가 썼던 방법을 벤치마킹했다.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은 청소용역업체와 사이의 용역계약을 종료시켰고, 공교롭게도 새로운 청소용역업체는 업계의 확고한 관행에 반해 청소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거절했다. 결론은 집단해고였다.
LG측은 다시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번에는 결정의 내용이 조금 달라졌다. 주간의 쟁의행위는 허용하되, 야간의 농성은 금지됐다. LG측은 곧바로 항고했고 지금 항고심이 진행 중이다. 노조는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과 기존 청소용역업체, 그리고 새로운 청소용역업체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했다. 현장에서는 투쟁이, 법정에서는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행해진 용역계약 종료와 고용승계 거절을 통한 사실상의 집단해고는 그렇지 않아도 보잘것없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동 3권을 무력화하고 나아가 노동조합 존립까지 파괴하는 잔혹한 행위다. 업계의 확고한 고용승계 관행을 흔듦으로써 고용불안까지 덤으로 얹었다. 가처분 사건에서 이기더라도,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되더라도 사라진 일자리와 노동조합은 쉽게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
답은 법제화뿐이다.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거나 해당 분야에서의 간접고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그것까지는 어렵다면 간접고용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승계를 의무화함으로써 최악의 상황까지는 막아 볼 수 있다.
유럽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유럽연합은 1998년부터 사업이전지침을 마련해 사업이전 시점에 존재하는 근로계약으로부터 발생한 인도인의 권리와 의무를 인수인에게 이전시키고 사업이전을 근거로 노동자를 해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영국은 원청 사업의 일부가 하청으로 전환되는 경우, 하청이 변경되는 경우, 하청의 업무가 원청으로 재편입되는 경우 모두에서 노동자들이 고용승계되고 기존 근로조건도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독일도 판례법리를 통해 유사한 규율을 하고 있다.
10년 전의 기시감 속에서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시민들의 ‘연대’가 1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응원하는 편지를 보내고, 누군가는 지지 집회를 연다. 모금운동은 수천만원의 기금을 모았다. 그러므로 결과도 같기를, 이 싸움 또한 10년 뒤에 승리의 기록으로 남기를, 그래서 원청 사용자성 인정과 고용승계 법제화의 밑거름이 되기를 진심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