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로서 권리를 박탈당한 지 70년, 소리 높여 우리도 노동자라 외친 지 10년, 국회 앞에서 농성 10일째에도 눈 하나 끔뻑하지 않는 국회를, 가사노동자를 무시하는 환경노동위원회를 규탄한다! 규탄한다!”
24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 앞치마를 두른 가사노동자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외쳤다. 한국YWCA·한국가사노동자협회·전국가정관리사협회는 이날 가사노동자법 제정 무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2월 처리를 약속했던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환노위 야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의 반대로 23일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했다. 국회 앞에서 열흘째 농성을 한 가사노동자들은 “여당과 야당을 막론하고 이 법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는데 도대체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는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가사노동자 단체들은 다음달 8일 세계여성의 날을 기점으로 2차 농성을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항의운동을 확산해 1만인 서명운동을 하고 국제노동기구(ILO)·국제가사노동자연맹(IDWF)에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국회 환노위는 23일 법안심사소위를 개최해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등 7개 법안을 의결했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와 관련해 사용자와 사용자 친족에 의한 괴롭힘 행위는 과태료 1천만원에 처하도록 벌칙 조항을 마련했다. 또 사용자 비밀누설 금지 의무를 신설하고 사용자 조치 의무를 위반할 경우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입주민이나 고객 같은 제3자에 의한 괴롭힘 보호조치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 담았다.
이 밖에도 법원 확정판결 없이 지방노동관서 확인만으로 소액체당금을 지급하도록 한 임금채권보장법 개정안도 합의했다. 하청업체 산업재해를 원청업체 개별실적 요율에 반영해 앞으로는 위험을 외주화한 대기업에 산재보험을 깎아 주지 못하도록 했다. 이주노동자가 취업활동 기간이 만료됐지만 감염병 확산과 천재지변 같은 사유로 출국이 어려운 경우 한시적으로 1년간 취업활동 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의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 개정안도 법안소위 문턱을 넘었다.
환노위는 25일 전체회의를 열고 7개 법안을 의결한다. 다음달 초에는 가사노동자법 제정안과 필수노동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