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해를 거듭해 장기화하면서 지난해의 삶을 복기(復棋)하게 된다. 재난은 평등하지 않았고, 오히려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위험을 가속화시켰다.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종사하고 있는 콜센터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또한 우리는 가까운 곳에서 코로나19 경제적 위기로 생존에 위협을 받는 여성 한부모 가정들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한 지방의료원에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던 여성노동자 A는 소속 병원이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어쩔 수 없이 이직을 선택해야 했다. 요양등급 1등급의 고령의 조부와 학령기에 있는 자녀 양육을 하고 있는데 감염이 우려됐고, 코로나19로 학교에 갈 수 없는 아이들을 돌봐야 했기 때문이다.
A는 생계와 가족돌봄을 위해 민간병원 야간 전담 간호조무사로 다시 취업했다.
근로조건은 그야말로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사용자는 백지계약서나 다름없는 근로계약서에 서명을 강요하면서 포괄임금계약이라 주장했고, 의료계의 열악한 인력부족은 간호사뿐 아니라 간호조무사에게까지 전가돼 ‘직장내 괴롭힘’이 만연했다. 사소한 실수는 언제든 해고의 빌미가 돼 줄 ‘먼지’로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이즈음 A는 ‘적응장애’ 진단을 받아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A는 입사 4개월쯤에 고용노동부에 시간외수당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며 진정을 제기하였다. 그러자 병원은 징계위원회를 개최해 ‘먼지’처럼 쌓아 놓았던 12가지 사유로 그녀를 해고했다. 50여명의 인력이 근무하는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이었다.
코로나19는 사회적 돌봄 시스템을 와해하고 그 책임을 특히 여성에게 전가했다. 여성은 당장의 돌봄자라는 이유로 노동시장에서 배제되거나 불안정한 조건에서 노동을 지속할 수밖에 없었다.
콜센터에 종사하고 있는 많은 여성노동자들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콜센터는 대부분 원청(도급회사)-하청 구조로 유지된다. 비정규직·저임금 여성노동자들이 일하는 대표적인 직종이다.
콜센터에서 집단감염 사례가 나온 것은 집단감염에 취약한 근무환경, 즉 구조 탓임이 드러났다. 콜센터 상담사들은 밀폐된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 있고 온종일 말을 해야 하는 업무 특성을 갖는다. 감정노동 문제도 여전하다.
KB국민은행 콜센터 여성노동자들은 콜센터에 대한 방역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노동현장의 실상을 전했다.
“1천700여명이 밀집해 일하는 환경, 원활하지 않은 마스크와 손 소독제 지급, 소독도 하지 않는 체온계 공동사용, 칸막이도 없는 노동 환경, 화장실이 부족해서 상가 화장실을 전전하는 실상, 식당이 없어 상담실에서 폭풍같이 이뤄지는 식사, 고질적인 허리와 호흡기 질환, 그리고 여성질환에 시달립니다.”
KB국민은행 콜센터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방역대책으로 나온 것은 상담사와 상의 한 번 없이 강행되는 “재택근무·분산근무·풀아웃소싱” 이었다. 이들은 코로나19 난민이 돼 근무장소를 변경해야 했다. 몸이 아파도 맘 편히 휴가 한번 쓰기도 어렵고,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업무가 증가했는데도 적절한 휴게시간도 보장받지 못하고 콜센터의 고질적인 병폐인 실적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자, 2020년을 복기한 결과 우리는 어떠한 교훈을 얻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