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중 도로 한복판에서 갑자기 멈춰서 손님을 태우거나 깜빡이를 켜지도 않고 스치듯 차선을 바꿔 끼어드는 택시를 종종 볼 수 있다. 택시에 탔다가 곡예 운전을 경험하거나, 승차 거부를 당한 적도 있을 것이다. 질주하는 택시를 보고 있노라면 ‘도로 위의 무법자’가 따로 없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택시기사의 입장을 들어 보자. 손님을 태운 시간 말고도, 손님을 찾아 도로를 배회하거나 콜을 받고 빈 차로 이동할 때에도 운전 노동을 한다. 매일 14만원 이상의 사납금을 회사에 내기 위해서 하루 12~13시간 이상을 도로 위에서 보낸다. 손님이 없어 총 매출이 사납금만큼도 안 되는 날에는 일은 일대로 하고 본인 주머니에서 꺼낸 돈으로 사납금을 채워야 한다. 도급제로 운영하는 회사의 택시기사는 사고처리 비용이나 가스충전비까지 스스로 떠안는다. 한 달에 25일을 일하고도 받아드는 임금은 최저임금도 안되는 경우가 많다. 생활임금 수준이라도 벌어가려면 곡예 운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다. 강요된 장시간 노동·저임금 구조 속에서 보행자, 다른 차량 운전자, 손님뿐 아니라 택시기사 본인까지 그 누구도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다.
이러한 사납금제하에서 택시회사만이 위험 부담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는다. 택시기사가 출근을 하든 못하든, 손님이 있거나 없거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택시회사는 정해진 사납금을 보장받는다. 미납된 사납금이 있으면 기본급에서 까면 그만이다.
사납금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택시운송사업자가 운송수입금의 전액을 납부받고 기사에게 안정적으로 고정급여를 지급하도록 하는 택시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도(전액관리제)가 도입됐다. 법 시행일이 1995년 2월4일인 이 제도는 무려 25년간 법전 속에서만 존재해 왔다. 정부는 2019년 8월 전액관리제 규정을 구체화하는 내용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을 개정하고 나서야 적극적으로 제도 시행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택시회사들이 소정근로시간을 실근로시간보다 터무니없이 적게 정해 저임금 구조를 유지하는 것을 막기 위해 ‘1주 소정근로시간을 40시간 이상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내용의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택시발전법) 규정 신설도 함께 이뤄졌다.
개정 여객자동차법 시행 후 1년2개월이 지났지만 서울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전액관리제는 여전히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택시회사들은 ‘전부 외근을 하는 택시 운전 특성상 노무관리가 어려워 사납금제가 필수적이다’ ‘오히려 기사들이 사납금제를 원해서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택시기사가 전액관리제와 사납금제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해 온 것이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전액관리제 임금협정 규정에서는 여전히 소정근로시간을 터무니없이 적게 정해 고정급을 줄이는 등 노동 조건상 운수종사자들이 사납금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 신설 택시발전법의 ‘주 40시간 소정근로시간 간주제도’가 올해부터 서울시에서만 시행되고, 서울 외 지역에서는 아직 시행 시기조차 정하지 않은 탓이다. 정부가 이러한 임금협정이 여전히 법 위반이라고 시정명령을 하자 회사들은 임금협정서상으로만 전액관리제를 하는 것처럼 꾸며 놓고 실제로는 개별 동의서를 받아 여전히 사납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강산이 세 번 바뀔 동안 택시회사들이 전액관리제를 따르지 않고도 버틴 것은 실효성 있는 강제 수단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행정청은 전액관리제 위반 사업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감차명령, 면허정지·취소 등 무거운 처분은 택시회사가 ‘1차 위반으로 과태료를 받은 후 1년 이내’에 ‘다시 3회 이상 위반’해야만 가능하다. ‘1년 단위 4스트라이크 경고’ 제도 정도라 부를 수 있겠다. 지방자치단체가 위반 사업자에 대해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조차 소극적인 현실에서 현행법은 택시회사에 어떠한 위협도 되지 못한다. 처분 법규를 ‘누적 2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로 강화하고 서울시처럼 적극적으로 행정처분을 할 필요가 있다. 올해부터 서울시만 시행 중인 ‘주 40시간 소정근로시간 간주제도’를 즉각 전국으로 확대 시행하는 것이 절실하다. 전액관리제 위반 회사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신설도 고려해야 한다.
오늘날 택시회사는 어느 날 몇 시, 몇 분, 몇 초에 소속 기사가 자신의 오른발로 밟은 것이 엑셀인지 브레이크인지, 얼마의 속도로 어디를 달리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기록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적 발전에도 전액관리제도는 26년 전 처음 도입된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선언적 규정에 그치고 있다. 그러는 동안 ‘도로 위의 무법자’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장시간 노동과 곡예 운전을 멈출 수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