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화 변호사(서비스연맹 법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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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카카오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김범수 의장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내려다보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짓고 있다.

설연휴 직후 포털사이트를 장식한 기사, 김 의장이 개인 자산 50%를 기부할 계획이라는 보도를 읽으며 웃고 있는 것일까? 지난 8일 카카오 및 계열사 모든 임직원에게 보낸 신년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숭고한 다짐’은 소위 보수언론·진보언론을 가리지 않고 다루고 있으며 다시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를 타고 시민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2. 같은날 국내 인터넷 양강 업체가 연일 주가를 끌어올리며 양사 합산 시총 100조원을 돌파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양사 모두 지난해 압도적인 실적 성장을 이룬 데다 올해도 성장세를 유지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며, 특히 카카오는 3배가량 몸집을 불린 상황이라고 한다.

반면 지난해 대리운전 기사를 비롯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수입이 급격히 감소하는 심각한 생계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3.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해 12월9일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일하는 대리기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카카오가 전국대리운전노조의 교섭요구에 대해 노조법에 따라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라는 결정이다. 초심인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지난해 10월14일 결정을 유지하는 취지였다.

노동조합이 카카오에 바라는 것은 헌법상 권리인 단체교섭이다. 교섭의제는 중개수수료(현 20%) 인하, 코로나19 관련 방역 및 생계 등 대책에 관한 사항, 공정하고 합리적인 고객 갑질 분쟁 해결 및 제재조치를 위한 절차 마련 등이다. 반면 카카오측은 대리운전 기사는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노조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중노위 결정을 다투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이제 대리운전 기사의 노동자성 문제와 교섭권은 기나긴 소송전, ‘머나먼 정글 속’으로 떠나게 됐다. 소위 ‘특고 노동자’를 사용하는 여러 대기업들이 노조의 교섭 요구가 있을 때마다 으레 따르는 수순이었다.

4. 필자는 경쟁사인 ‘초록색’ 보다는 카카오의 포털을 선호한다. 누가 이유를 물으면 딱히 답할 것은 없다. 이런 종류의 글을 쓰는 이유는 필자가 관련 사건을 담당했다는 경험만으로는 설명하기는 어렵다. 솔직히 말하면 ‘초록색’보다 ‘노랑색’을 상대적으로 더 좋아했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김 의장의 기부는 ‘국내에서 유례가 없는 거대한 규모의 사회환원 계획’이라고 한다. 이달 말까지 사회공헌 계획에 대해 먼저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해 볼 예정이란다.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토론회는 카카오에 뿌리내린 문화라며.

한편 사용자가 교섭에 응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당장 근로조건에 관한 구체적 의무를 발생시키는 것은 아니고 그저 대리운전 노동자들의 대표자인 노동조합과 좀더 민주적인 방식으로 근로조건을 협의하는 것을 의미한다.

카카오 전 직원이 논의해 마련할 ‘사회공헌’이 순조롭기를 기원한다. 이러한 선의마저 왜곡하며 옹졸하게 굴고 싶지는 않다. 다만 전국대리운전노조와 교섭하는 일 자체는 특고 노동자의 헌법상 노동 3권 확대에 공헌하는 비교적 손쉬운 길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전 재산의 50%’ 정도 비용(물론 필자는 전 재산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다)은 들일 필요도 없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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