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일부터 시작한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한다. 국민건강보험의 공공성이 훼손되지 않기를 원하는 가입자로서도 지지하고, 비정규 노동자들의 권리찾기에 함께하는 사람으로서도 지지한다. 여성으로서도 지지하고, 상식을 가진 사회의 일원으로서도 지지한다.
처음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을 만났을 때에는 그들의 노동조건에 가장 먼저 눈이 갔다. 10년을 일해도 최저임금을 조금 넘는 임금, 하루 120통의 전화를 받아야 하는 살인적인 노동강도, 화장실조차 가기 어려운 노동통제 등 열악한 현실이 눈에 들어왔다.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에 분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노동자들이 건강보험공단이 수행해야 하는 업무를 하고 있으며, 그 일에 대해 애정과 자부심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됐다. 이 업무가 민간에 위탁되면서 자부심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보게 됐다.
정부조직법은 ‘국민의 권리나 의무와 직접 관계되지 않고, 공익성보다 능률성이 필요하며, 특수한 전문지식과 기술이 필요한 사무의 경우’에는 민간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민간위탁을 엄격하게 규제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생활폐기물 수거·운반업무나 사회서비스 등 국민의 권리와 직접 연관이 있는 업무들이 민간에 위탁되고 있다. 민간위탁은 사실상 외주·용역과 다르지 않은 형태로 운영됐다. 2017년 7월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만들면서 ‘민간위탁’을 ‘특정업무를 포괄적으로 위탁하는 경우’라고 규정해, 개념조차도 외주·용역과 다르지 않게 바꿔 놓았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은 건강보험 자격·보험료·보험급여·건강검진·노인 장기요양보험을 비롯해 4대 사회보험 징수통합 관련 업무 등 1천60여개의 업무를 하고 있다. 그야말로 국민의 권리와 직접 관계가 되며, 효율성보다는 공익성이 필요한 업무다. 공단은 노동자들의 업무가 단순업무라고 주장하는데, 정말 그러한가. 단지 안내업무라고 한다면 내가 건 전화를 받아 해당 지사로 연결해 주면 된다. 그런데 전화를 해 본 가입자라면 다 알겠지만,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지사로 연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상담한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상담을 제대로 하려면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경험도 많이 쌓아야 한다. 단순업무도 아니고, 민간위탁을 할 수 있는 업무도 아니다.
위탁을 받은 업체들은 건강보험 제도에 대해 전문성을 가진 업체들이 아니다. 그 업체들은 콜센터 파견업체들로서, 콜센터 노동자들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전문성만 갖고 있다. 콜수 압박을 하거나 화장실을 통제하는 전문성 말이다. 노동자들이 직영화를 요구하니 이 업체들이 ‘자신들이 공들여 키운 직원을 국가가 무슨 권리로 빼앗아 가냐’고 했다 한다. 듣던 중 가장 해괴한 소리다. 자신들이 이 노동자들을 키웠다면 공단과 위탁계약이 해지됐을 때 이 노동자들을 데리고 가야 한다. 하지만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소속 업체 이름만 바뀐 채 공단에서 계속 일한다. 전문성은 노동자들이 갖고 있으며, 민간위탁 업체는 중간착취만 할 뿐이다.
공적인 업무를 민간에 위탁하다 보니 공공성이 훼손되는 것은 필연이다. 건강보험료가 많이 나와서 조정이 필요할 때 나는 건강보험고객센터에 전화를 한다. 고객센터 직원은 내 재산 등 여러 정보를 들여다보며 상담한다. 내가 거기에 동의하는 이유는 공단이 공공기관이니 내 정보를 제대로 관리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단은 그 업무를 민간에 넘김으로써 신뢰를 이미 깨버렸다. 나는 충분한 상담을 받기를 원한다. 그런데 위탁업체들은 콜수만 중요하게 여기므로 2분30초 안에 상담을 마쳐야 성과평가를 좋게 매긴다. 그래서 전화를 빨리 끊도록 압박한다. 고객센터 업무가 민간위탁 되면서 가입자들은 충분하게 상담받을 권리를 훼손당했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직영화 논의를 위해 노·사·전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요구하자, 공단은 ‘공정성에 위배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건강보험’을 책임지는 공단이라면 ‘공단 소속 노동자의 지위 보장’보다 ‘공공성’이 훨씬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건강보험료와 세금을 내는 시민들은 공단에 ‘공공성을 훼손하지 말고 제대로 운영하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건강보험 제도의 최일선에서 가입자들의 권리를 지키고 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질병관리본부의 콜도 받는 등 국가적 사안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런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은 공공기관의 당연한 의무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파업을 적극 지지하며, 고객센터 직영화를 요구한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