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원회가 처음 도입된 계기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로부터 노동자를 구제할 목적에서라는 이야기를 선배들에게 들은 기억이 난다. 그런데 노동위원회가 부당노동행위 구제와 관련해 본래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노동위원회 스스로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법률원에서 일하며 노동조합으로부터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정작 고용노동부나 노동위원회는 우리 생각과 같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긋기 일쑤다.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수법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데, 노동위원회 판단 기준은 늘 제자리다. 예전에 노동조합을 가입하지 말라고 대 놓고 말하던 순진한 사용자가 사라진 현실을 외면한 채 낡은 기준을 들이대니 걸려들 사용자가 없다. 아니면 마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할라치면 무슨 큰일이라도 날 듯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 같다.
한번은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회사 내 지금까지 있었던 채용비리를 문제 삼으니, 사용자가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다칠 수 있다고 노동조합에 경고하는 일이 벌어졌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지자 사장이 상급단체가 다른 노동조합 간부를 소개시켜 주며 갈아탈 것을 권한 일도 있었다. 사용자의 경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노동조합 지부장과 부지부장을 표적으로 삼아 2년이나 지난 채용비리가 발견됐다며 직권으로 면직해 버렸다. 하지만 이 사건을 담당한 노동위원회는 사용자가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킬 의사를 가지고 면직처분을 했다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나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봐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다른 사례도 있다. 이번에도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나서 회사를 상대로 성실교섭을 촉구하는 집회를 사업장 내에서 열자, 곧바로 지부장을 주동자로 몰아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고한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사건에서 노동위원회는 노동조합 지부장으로서 단체교섭을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 비춰 보면 사용자가 해고를 통해 노동조합의 단결 활동과 단체교섭에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한 것은 헌법과 노조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노동조합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등을 무력화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다.
나는 솔직히 두 사례의 차이점을 잘 모르겠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교섭이 한참 진행 중에 노동조합 지부장을 해고한 동일한 사건에서 하나는 노동조합을 위축시킬 목적에 해당한다고 봤고, 다른 하나는 그렇지 않다고 판단했다. 일반인의 상식으로 보더라도 두 경우 모두 다분히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할 목적에 기인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오히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사용자가 입증하도록 했어야 마땅하다. 대법원은 노동위원회에서 부당노동행위를 신속하게 구제하도록 한 목적은 정상적인 노사관계 회복에 있다고 봤다. 정작 정상적인 노사관계를 회복해야 할 목적은 너무나 간절한데, 부당노동행위로 가기까지는 너무 험난하다.
지금까지 노동위원회에서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된 비율을 살펴보면 10% 안팎이거나 후하게 줘도 20% 초반대에 머문다. 그래서인지 얼마 전 중앙노동위원회는 보고서를 발간해, 향후 노동위원회의 직권조사를 강화하고, 집중심리를 활성화해 권리구제를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향후 어떻게 바뀔지 지켜볼 일이다.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노동조합 조직률이 10%를 간신히 턱걸이하는 현실, 넘쳐 나는 사용자의 반조합적 의사들 속에서 합리적 의심이 들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의 대전환은 어떨까. 그래서 너무나 쉽게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돼 사용자가 잠깐이라도 방심하기라도 하면 노동조합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로 걱정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좋겠다. 그것이 말 그대로 집단적 노사관계 질서를 파괴하는 사용자의 행위를 예방·제거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변한 게 없고 나는 다시 노동위원회로 난 험난한 길로 들어설 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