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동관계법 개정안이 시행을 앞두고 있다. 현 정부가 앞장선 노동관계법 개정은 국제노동기구(ILO)의 기본협약 비준과 맞물려있다.
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 정부가 낸 설명 자료에는 “ILO는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4개 분야의 8개 협약을 ‘핵심협약’으로 분류하고 있고, 이 중 우리나라가 아직 비준하지 못한 결사의 자유 관련 87호, 98호 협약은 정부의 개입 없이 노사가 자율적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며, 강제노동 금지 관련 29호, 105호 협약은 강요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제공하는 모든 노동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을 함께 추진해 결사의 자유 보장과 국내 노사관계 안정을 동시에 달성하고자 한다”고 돼 있다.
그리고 국회 본회의 통과와 더불어 고용노동부는 언론의 각종 기사 해명 자료를 통해 “이번 개정 노조법은 사회적 대화를 토대로 마련된 정부 입법안을 중심으로 마련됐으며, 사회적 대화 과정에서 제시된 노사 요구 중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도 중장기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과제는 정부 입법안에서도 제외했고, 이에 정부 입법안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핵심사항은 충실히 반영하면서, 사회적 대화 과정에서 제시된 공익위원 권고안을 토대로 노사 간의 균형을 갖춘 대안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개정 노조법을 시행하면 과연 얼마나 ILO 기본협약 사항을 반영해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고, 우리나라 노사관계가 안정될 것인지를 보자. 먼저, 실업자·해고자가 기업별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종사노동자 아닌 자의 사업장 출입을 제한하고, 노조 임원 자격을 역시 종사노동자로 제한했다. 이미 대법원 판례를 통해 산별노조의 경우 해고자와 실업자도 가입이 허용돼 있다. 기업별노조의 경우 개정법이 시행되더라도 자체 규약에 실업자·해고자를 조합원으로 포함하는 조직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결국 노조법에 규정된 노조의 조직 및 가입 규정에 대한 제한사항을 없애고 행정관청의 설립신고 사항도 보완해야 한다.
개정 노조법은 노조전임자급여 금지 규정을 삭제했으나, 여전히 근로시간면제 제도의 기본 틀을 그대로 유지해 변한 게 없다. 근로시간면제 제도를 삭제하든지 근로시간면제 한도와 업무 범위를 전폭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특히 근로시간면제 업무 범위는 기업별노조를 전제로 하는 사항이다. 산별노조 및 상급단체의 활동을 제약하는 부분은 법률에서 제한할 사항이 아니다. 이 부분은 개정법 부칙을 통해 향후 경사노위에서 즉시 심의하기로 했으니 지켜봐야 한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와 관련해 사용자의 성실교섭 및 차별금지 의무를 부여했지만 처벌 규정도 없으므로 그 실효성이 의심된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시행 이후 그 문제점이 상당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실태점검과 제도보완이 필요하다. 더불어 사용자 점유를 배제해 조업을 방해하는 쟁의행위 금지 규정은 판례를 통해 형성돼 있다. 기타 법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을 굳이 법률에 명시해 앞으로 해석상 논란이 예상된다. 쟁의행위 찬반투표시 종사조합원수만 산정해야 한다는 규정은 노조의 자율적 운영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이다.
다른 개정사항에도 할 말이 많지만 특히 노조법 개정사항을 보면, 정부는 기업별노조를 지향하고 사업장내 종사노동자의 노조활동과 운영을 통해서만 노사관계를 규율하려는 편협한 시각을 보이고 있다. 사용자와 마찬가지로, 노조는 대등한 교섭상대방이 아니라 관리대상이라는 인식을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다. 노조법 벌칙 규정 대부분은 사용자가 아닌 노조를 처벌하기 위한 것이다. 가장 큰 벌칙 역시 쟁의행위 관련 사항으로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와 그 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노조는 헌법상 결사체이고, 노동 3권은 기본적 자유권으로 구체적 권리로서 실현된다. 이에 얼마 전 전교조에 대한 정부의 노조 아님 통보 처분을 무효라고 본 대법원 판결문의 일부 내용을 적시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노동 3권은 법률의 제정이라는 국가의 개입을 통해 비로소 실현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법률이 없더라도 헌법의 규정만으로 직접 법규범으로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체적 권리라고 봐야 한다. 노동 3권 중 단결권은 결사의 자유가 근로의 영역에서 구체화된 것으로서, 연혁적·개념적으로 자유권으로서의 본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국가에 의한 자유’가 아니라 ‘국가로부터의 자유’가 보다 강조돼야 한다. 따라서 노동관계법령을 입법할 때에는 이러한 노동 3권, 특히 단결권의 헌법적 의미와 직접적 규범력을 존중해야 하고, 이렇게 입법된 법령의 집행과 해석에 있어서도 단결권의 본질과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노동조합의 결성과 가입은 단결권의 행사 그 자체이고 노동조합은 노동기본권을 행사하기 위한 필수적 토대가 되므로 노동조합의 설립과 존속은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 노동조합법은 노동조합의 단결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해석·적용해야 하고,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동조합법이 오히려 노동조합의 단결권을 제한하는 부당한 결과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대법 2016두32992, 선고 2020. 9.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