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인사(人事)의 계절이다. 많은 노동자들이 승진을 하기도, 보직을 이동하기도 한다. 계약기간이 만료돼 퇴사하거나 해고되기도 한다. 인사의 계절에 공인노무사로서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해고와 관련해 “조금만 더 일찍 상담하러 오셨다면”하는, 상당히 안타까운 사례를 접할 때가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사용자로부터 구두로 해고통보를 받고 다음날부터 출근하지 않다가 상당 기간이 지난 후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찾아오는 경우다. 구두해고 사건은 해고 노동자의 초기 대응에 따라 가장 쉬운 사건이 될 수도 있고, 가장 어려운 사건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늦게 상담하면 아쉬움이 특히 많이 남는다.
구두해고 사건에서 가장 어려운 지점은 과연 해고가 있었는지 입증하는 것이다. 입증책임에 관한 판례는 그 결론을 달리하고 있다. 그러나 사용자측이 해고 존부에 관한 입증책임을 부담한다 하더라도 사건을 쉽게 끌고 가기 위해서는 노동자측에서 해고 초기부터 적절한 대응을 통해 해고가 있었다는 증거자료를 수집해 두는 것이 좋다. 우리 근로기준법 27조는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해고는 그 자체로 무효가 된다. 즉, 노동자 입장에서는 해고가 존재한다는 사실만 인정된다면 구두해고는 근로기준법 27조를 위반한 해고여서 무효이므로 쉬운 사건이 된다. 한편 구두해고의 경우 해당 발언을 녹취하지 않는 이상 증거로 남지 않는다. 초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경우에는 해고 전후 정황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어 사건이 어려워진다. 해고 당시 노동자의 초기 대응이 중요한 이유다.
그렇다면 구두해고를 당했을 때 노동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일단 구두해고를 당하는 경우 가장 좋은 방법은 해고 당시 관련 상황을 모두 녹취하는 것이다. 곧바로 사용자의 해고에 이의를 제기하는 문자 메시지를 남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 다른 방법은 다음날 출근하는 것이다. 출근 자체가 사용자의 해고에 대한 이의제기로 인정될 수도 있거니와 사용자 입장에서는 해고자가 다음날 출근하면 “어제 자로 해고됐는데 왜 출근했냐”는 취지의 언급을 하며 노동자를 사업장 밖으로 내보낼 것이다. 그러한 일련의 상황을 모두 녹취하면 구두해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
해고 전후 정황·증거를 확보해 두는 것도 중요하다. 보통 구두해고는 급작스럽게 찾아오지는 않는다. 구두해고가 있기 전 징계 절차가 개시될 수도 있고, 사용자측의 퇴사 종용이 있을 수도 있다. 징계 절차가 개시됐다면 징계위원회 개최 통보서를 확보해 둬야 하고, 사용자가 수차례 퇴사를 종용했다면 그 녹취가 필요하다.
또한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노동자가 구두해고에 대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할 때 노동자가 자진퇴사했다고 주장한다. 이 경우 노동자는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은 사정과 더불어 사용자가 무단으로 출근하지 않는 노동자에게 “왜 출근하지 않느냐”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사정을 해고 정황으로 주장할 수 있다. 채용공고가 올라왔는지도 확인해 봐야 한다. 사용자가 무단으로 출근하지 않는 노동자에게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며칠 내 채용공고를 올렸다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사업장 내에서 노동자가 사직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반드시 사직서를 수령한 관행이 있다면 이 역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사실 정황·증거만으로 구두해고의 존재를 입증하는 데는 다소 한계가 있다. 부디 이 글이 조금이나마 구두해고 노동자들의 초기대응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