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주 공인노무사(금속노조 법률원 경남사무소)

대부분 시내버스 기사들은 운전기사로 취업하면 버스 노선을 숙지하고 시내버스 운전을 익히는 견습기간을 가진다. 그런데 이 견습기간에 임금도 받지 못하고 근로 기간으로 인정받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상담자는 시내버스 회사에 운전기사로 취업해 견습기간을 3개월 하고 정식 운전기사로 발령을 받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근무하던 중 3개월이 되기 전 해임통보를 받았다. 해임사유는 근무 중 신호위반 1회, 무정차 1회 등이었고, 회사는 수습기간 중 해고라 주장했다.

상담자는 해당 회사에 이력서와 버스운전자격증 등 서류를 제출하고 필기시험과 면접에서 합격하고 신체검사 결과를 제출한 뒤 최종 합격을 통보받은 뒤에 견습을 받기 시작했다. 견습을 시작하면서 ‘견습(수습)계약서’를 작성했다. ‘수습 근로자’지위에서 회사가 지정한 버스(차량)노선에, 회사가 제시한 견습일정표에 따라 버스에 승차해 노선 등을 숙지하고 전속 운전기사 서명까지 받았다. 일주일 2회 정도는 본사 업무부장에게 견습일지를 검사받고 교육도 받았다. 회사는 견습 2개월 사이에 80여개 노선을 숙지하라고 했고 이를 위해 하루 8시간 이상 여러 차량에 탑승해야 했다.

노선을 어느 정도 숙지하면 회사가 지정한 버스 또는 회사의 승낙을 얻어 직접 시내버스를 운전하는 ‘핸들 견습’을 약 1개월 정도 한다. 이때 회사는 같이 탑승한 전속기사들을 통해 핸들 견습을 평가한다. 회사는 견습기간 중 임금은 지급하지 않았으며 식사(조식·중식·석식)는 제공했다.

이 사건에서 상담자가 해고 당시 수습기간 중이었는지가 중요했다. 상담자가 근무한 회사의 취업규칙에는 수습기간을 3개월 둔다고 정했고, 수습기간 평가 결과 해임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수습기간 중 해고라고 해도 사유와 정당성을 당연히 다퉈 볼 수는 있다. 그런데 수습기간이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에 규정돼 있다면 정식으로 고용된 기간 중의 해고보다는 사용자가 수습기간 해제(해고)할 수 있는 재량권 범위를 넓게 보므로 노동자에게는 훨씬 불리하다.

상담자의 경우 견습기간 3개월은 이미 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이 기간은 사실상 수습기간이었고 이미 근로관계 중이었다. 대법원은 버스회사의 이런 견습기간에 대해 “노선연습 기간은 시용기간으로서 근로기간에 포함된다”(2018. 1. 25. 선고 대법원 2017두59987 판결)라고 판결했고, 노동위원회에서도 이런 견습기간은 근로관계에 있다는 판정을 하고 있다.

특히 상담자가 근무한 회사 취업규칙에 의하면 ① 최초 서류통과 및 면접합격이 1차 합격이었고 그 후 견습(수습) 3개월이 사실상 수습기간이었으며 ② 견습 종료 후 체결한 근로계약서에는 수습기간 조항도 별도로 없었다. 해고 당시는 수습기간이 아니라 정식 근로관계 중이었다는 뜻이다.

회사 해고조치는 징계위원회 절차도 거치지 않았고, 근로기준법 27조 해고사유 및 해고시기 등을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다. 절차상으로도 하자가 있는 해고였다. 부당해고 구제신청 과정에서, 회사가 해고를 철회하고 복직시키고 임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화해조서를 작성해 상담자는 운전기사로 복직했다.

시내버스 운전기사의 견습기간이 근로기간으로 인정되느냐 여부에 따라 기간제 근로자로 2년 초과 여부가 논란이 되는 해고사건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또 견습기간에 대해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데, 버스노동자들의 취약한 지위 때문에 권리를 주장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임금체불 진정을 해도 대법원 판례 등에서 견습기간을 근로관계에 있다고 보는 확립된 판결이 있음에도 고용노동부가 임금체불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시내버스업계가 노동자를 견습기간 중 근로자로 인정 안 하고 임금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노동착취·임금착취에 해당한다. 사용자가 채용했으니 당연히 업무방법 등을 훈련시켜 업무를 하도록 해야 하는데도 이를 모두 노동자가 부담하게 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관행일 뿐 아니라 불법행위다. 버스노동자뿐 아니라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견습기간은 당연히 근로자로 인정해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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