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정지를 명했다. 여기에 대해 왈가왈부하려는 게 아니라 보통의 회사에서도 이런 방식의 인사조치가 왕왕 일어난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나의 짧은 경험 중 감사 담당자가 감사를 하던 중 엉뚱하게 쫓겨난 사례를 두 번이나 봤다. 하나는 부당전보로 인정받았지만 결국 감사직으로 돌아가진 못했다. 다른 하나는 발령을 수용했지만 몇 년째 불이익이 이어져 정신질병에 따른 업무상재해를 신청했다.
첫 번째 사건만 소개하겠다. 감사팀장이던 노동자는 비위행위를 제보받아 증거자료를 PC에 저장하고 감사에 착수했다. 그런데 회사는 감사를 중단시키고 노동자를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증거자료 PC 저장이 정보유출이라는 황당한 이유에서다. 그리고 수사기관 조사 중이란 이유로 노동자를 직위해제하고 보직을 변경했다. 시간이 흘러 수사기관이 혐의 없다고 사건을 종결하자 감사팀장이 아닌 다른 직위를 부여했다.
노동자가 처음 사건을 의뢰했을 땐 직위해제와 첫 번째 배치전환을 대상으로 구제신청을 넣었고, 사건 진행 중 징계가 내려오고 두 번째 배치전환이 처분됐다. 신청 대상을 추가하고 진행하던 중 징계는 회사가 스스로 취소했다. 구제 대상은 직위해제와 두 차례 배치전환이 됐는데, 노동위원회는 모든 처분이 위법하다며 노동자의 구제신청을 전부 인정했다.
하지만 노동자가 직위해제 당하고 여러 처분을 다투는 동안 감사하려던 사건은 다른 이들이 처리했고, 감사팀장 직위는 다른 사람에게 맡겨졌다. 부당함은 인정받았지만 결과적으로 노동자는 감사업무에 복귀하지 못했고 다른 제3의 보직을 받아들였다. 인사권을 이용해 감사를 방해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사례다.
내가 다니는 노무법인은 사장님을 포함해 전체 구성원이 다섯 명인 작은 기업이다. 법인은 별개의 인격이라지만 법인의 모든 행동은 사장님이 결정하고 그가 책임진다. 당연히 감사 같은 건 없는데, 누구도 우리 사장님께 감사를 두라고 요구할 수 없다. 그럴 근거가 없다.
하지만 주식회사·공공기관, 그리고 국가는 다르다. 자본주의적으로 봤을 때도 주식회사는 인사권자 개인의 소유가 아니고, 국가나 공공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감사를 두고 권한을 부여했을 땐 특수한 일을 하라는 목적이 있다. 그리고 그 목적은 조직 효율화 같은 일반적인 경영 목적과는 다른 범주에 있을 것이다.
현재 전보나 전직의 정당성에 관한 기본 전제는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사용자는 상당한 재량을 가지니 그것이 법 위반이거나 권리남용이 아닌 한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를 전제로 한 권리남용 여부에 대한 판단 법리는 업무상 필요성과 노동자의 생활상 불이익을 비교한다는 것인데, 업무상 필요한 전보라면 노동자에게 다소 불이익하더라도 참으라는 게 대체적인 결론이다. 그런데 업무상 필요는 사용자가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어 전보 구제는 징계 구제보다 어려운 경우가 많다. 소개한 사례에서도 회사는 노동자를 전보해야 할 업무상 필요성을 만들어 냈다.
사례에서는 전보 부당성이 인정되긴 했으나, 전보나 전직이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에게 속한다는 전제는 적어도 감사직무 앞에선 달리 변경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인사권자를 필두로 한 경영방침과는 별개의 감사직무 고유의 존재 이유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당해고 등을 하더라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게 된 지금, 직권남용을 제재할 수 있는 다른 수단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어떤 경우엔 인사권 남용이 대상자의 권리만을 침해하는 게 아니라 조직 자체의 이익도 해치고, 인사처분이 취소된 뒤에도 바로잡아야 할 문제가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