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판 트레일러 위에 콘크리트 파일이 적재돼 있다. 쇠사슬로 고박된 콘크리트 파일이 옆으로 넘어가지 않게 보완장치로 판스프링을 껴 놓은 모습.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판스프링(충격 흡수용 지지대)은 기사들 편하려고 하는 게 아니고, 말 그대로 안전장치예요. 쇠사슬로 결박을 두세 군데 해도 도로 커브를 돌다 보면 (탄성이 적어진) 줄이 끊어지기도 해요. 콘크리트 파일처럼 중량물인 큰 동그란 원형체가 쏟아지면, 큰 사고 나는 거죠.”

콘크리트 파일을 운반하는 화물노동자 임정훈(49)씨의 차량은 5일 전부터 움직이지 않고 있다. 운송 건당 수수료를 받고 일하는 특수고용 노동자인 임씨의 소득이 끊겼다는 의미다.

그가 차를 세운 이유는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5일 “적재함 불법장치(판스프링) 단속을 강화해 근절시키겠다”고 발표하면서다. 정부는 승인되지 않은 튜닝 행위인 탈부착식 판스프링 사용은 자동차관리법 위반으로 최대 1천만원 이하 벌금과 최대 1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충북지부 충주대림분회장이기도 한 임씨는 “판스프링에 대한 대안은 물론 계도기간도 주지 않고 단속하겠다는 게 말이 되냐”며 “건설현장 트레일러 대부분이 섰다”고 전했다.

정부 조치에 임씨를 포함한 화물노동자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안내동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물차 적재함 지지대 단속을 중단하고, 정부는 실효성 있는 안전대책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물차 적재함 고정장치로 이용되는 판스프링이 논란이 된 것은 지난 9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글 때문이다. 익명의 청원인은 “불법개조(판스프링) 화물차&과적화물차로 인한 사망사고를 이제는 모르는 척 넘어가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청원글에는 도로 위에 떨어진 판스프링이 날아들어 목숨을 잃은 사건을 포함해 관련 기사들이 링크돼 있었다. 여론이 일자 이 문제는 지난 10월 국회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에도 다뤄졌고 국토교통부는 단속계획을 내놓았다.

화물차 적재함 보조장치에 대한 정부의 (튜닝 승인) 기준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적재함 보조 지지대(고정장치) 튜닝세부 업무매뉴얼(일반형화물자동차)’에 따르면 탈·부착이 불가능하며 용접이나 볼트 체결로 견고하게 고정을 할 경우만 승인 가능하다고 한다.

화물연대본부 관계자는 “정부 매뉴얼대로 판스프링을 설치하면 지게차를 이용해 콘크리트 파일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야 하는데, 그러면 파손될 수밖에 없다”며 “게다가 현장에는 크레인이 없고 대개 지게차로 상·차한다"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나무로 틀을 만들어 (굴러떨어지지 않게) 적재하는데 우리나라는 모든 책임을 화물노동자에게 전가한다”고 비판했다.

본부는 이날 오후 국토부 관계자와 만나 △단속 중단, 계도기간 부여 △화주사에 화물 적재 책임 부여 등을 요구했지만 긍정적인 답변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노동뉴스>는 국토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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