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총은 지난 7일 회장단 회의에서 지배구조 개선과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상법 개정안,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법률 제정안 등 공정경제 3법 제·개정 중단을 국회에 촉구했다. 노동유연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며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과 관련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 특수고용 노동자의 고용보험 의무가입을 명시한 고용보험법 개정안, 1년 미만 노동자도 퇴직급여를 지급하도록 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지급여법) 개정안,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에 공동대응하기로 했다고 한다. 경총은 회의에서 기업에 부담을 주는 법안 논의를 보류하거나 위기 속에 있는 재계 입장을 우선적으로 반영해 줄 것을 국회에 요구하기로 했다.
경총은 코로나19와 세계경제 침체로 기업이 위기라고 한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을 구조조정하고, 해고하고, 무급으로 휴직하도록 하려 한다. 노동자들의 노력으로 쌓아 놓은 자신들의 재산은 내어놓으려고 하지 않는다. 사용자들이 어려울 때면 노동자들만 희생해야 하는 것인가. 이번 회의 결과도 결국 노동자들이 희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에 부담을 준다며 국회 논의를 보류시키려는 법안은 노동자들의 기본적 권리에 관한 것이다. 노동자들의 기본권은 노동권이다. 노동권에 대한 법률은 기업에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일 뿐이다.
기업에게 부담이 된다고 경총이 주장하는 법안을 살펴보자. 우선 노조법 개정안은 사실상 모든 나라가 준수해야 하는 국제노동기구의 기본협약인 단결권협약 비준을 위한 개정안이다. 우리나라 헌법에도 명시돼 있는 단결권을 구체화하는 법안에 불과하다. 특수고용 노동자의 고용보험 의무가입을 명시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4대 보험 중 고용보험에 의무가입토록 해 실업하거나 구직할 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1년 미만 노동자도 퇴직급여를 지급하도록 한 퇴직급여법 개정안은 노동자들의 퇴직금을 1년 이상 근무시에만 주는 것이 아니라 1년 되기 전에도 줄 수 있도록 해 후불적 임금의 성격을 갖는 퇴직금 권리를 강화하는 것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은 한 해 2천400여명이 일하다 죽는 우리나라에서 중대한 산재를 일으킨 원청기업을 제대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지난달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서 10만명의 동의를 얻었고, 소관 상임위원회로 넘어가 심사를 받을 수 있는 지위를 얻게 됐다.
하나같이 원래 노동자들이라면 누렸어야 할 기본적인 노동권에 대한 법안으로, 기업에 부담을 지우는 것이 아니다. 국제기준 및 헌법에 명시된 노동권을 구체화하는 법률로서 원래부터 당연히 노동권을 보장하는 법률로 존재했어야 하는 법안이다. 우리나라에서 이제서야 논의되고 있는 것이야말로 늦은 것이다. 기업에 부담을 지운다며 노동자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노동권을 제약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어떤 헌법이나 법률에도 명시되지 않은 위헌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대법원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소송 판결에서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이 구체적인 자유권적 기본권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이제 노동권은 표현의 자유, 신체의 자유, 종교의 자유처럼 헌법에 명시된 구체적인 자유권적 기본권으로서 국가나 기업이 함부로 제한하거나 재단할 수 없음이 분명해졌다고 할 것이다.
진정한 상생과 공정은 재계에 기울어져 있었던 제도와 법률을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이 존중되도록 맞추는 것이다. 경총도 협조하는 것이 옳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