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기업이 개인 건강·질병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 통과를 앞두고 있다. 보건의료단체는 개인정보 보호법과 보건의료기술 진흥법(보건의료기술법)·보험업법 개정안을 ‘의료민영화법’으로 규정하고 법안 폐기를 촉구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12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운동본부에 따르면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은 14일 국회 행정안전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이 해당 법안 처리에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19일 정무위원회에서 다룬다. 보건의료기술법 개정안은 이달 중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개인 민감정보 기업 돈벌이에 희생될 것”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은 가명처리를 하면 개인건강·질병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기업 등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운동본부는 “가명으로 처리해도 개인 의료·건강정보가 다른 정보와 결합하면 그 개인이 누군지 알기 쉬워진다”고 우려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우리나라처럼 주민등록번호를 비롯한 개인정보가 모두 공개된 나라에서 가명정보를 의료정보로 공개한다는 것은 실명으로 공개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개인 정보인권이 기업 이익을 위해 희생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운동본부는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의료와 관계없는 온갖 영리기업들이 개인의 임신·분만·유산·성폭력 피해·정신질환 치료정보·가족력 등 민감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며 “누군가에게는 혁신적인 돈벌이 창출이 되겠지만 결국 국민은 기업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가입자 편의증진 명목으로 개인정보를 전산 형태로 전송할 수 있게 된다. 운동본부는 “개정안은 가입자 편의증진으로 소액보험료 청구율을 높이기 위해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 보험사가 의료기관 환자 정보를 자세히, 대량으로, 전산 형태로 전송받는 것이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운동본부는 이어 “보험사가 환자 자료를 축적해 분석하면 가입자 입장에서 위험분산 기능이 거의 없는 기업 수익성만 극대화된 상품만 설계해 내놓을 수 있다”며 “전자전송 방식은 해킹과 유출 위험에 취약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여야 의료민영화 법안 이견 없어"

보건의료기술법 개정안은 비영리병원에 주식회사인 기술지주회사와 영리회사인 자회사를 설립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영리자회사가 외부 투자를 받고 이익배당을 하면 병원은 영리병원이 된다"는 것이 운동본부의 주장이다. 운동본부 관계자는 “의사는 자회사에서 만든 제품을 사용할수록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된다”며 “과잉진료가 횡행해지고 환자들은 불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받아 의료비가 폭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운동본부는 특히 “보건의료기술법을 제외하고는 정부와 여야 해당 법안들에 이견 없이 찬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4차 산업혁명 시대, 혁신역량이 곧 국가경쟁력의 핵심”이라며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분야에 1조7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의료민영화로 규정돼 추진되지 못했던 정책을 혁신성장·신성장 동력 등으로 포장해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