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1표제에 의한 비례대표제가 위헌판결이 난 것과 관련, 기존 정당과의 정책연대나 일부 지도자가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해왔던 한국노총 정치활동에도 변화가 올 것인지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달 중순 산하 조직 정치담당자를 대상으로 정치활동에 대한 워크숍을 개최하려 했으나, 일정상의 이유로 연기된 후 이번 헌재결정이 나오게 돼 다음달 중순께 열릴 예정인 워크숍에서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치권에서 헌재결정에 따른 후속조치로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아직 알 수 없으나, 가장 논의가 많이 되고 있는 1인2표제에 의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채택될 경우를 상정했을 때 한국노총이 선택할 수 있는 안은 우선 세가지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 기존 정당에 비례대표제를 요구하는 것. 둘째 독자정당 건설. 셋째 민주노동당에 정치적지분 요구 후 조직적 참여 등이다. 이상의 안은 물론 비례대표제 비율이 어느정도가 될 것인지가 관건이지만, 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의 요구가 뒷받침돼 20%인 현 수준 이하로 떨어지긴 힘들 것이란 낙관적 예상을 전제로 했을 때의 얘기다.

첫번째 안은 기존 정당의 인물들도 비례대표제에 강한 의욕을 보일 것이 예상돼 노동계나 시민사회단체의 지분이 어느정도 가능할 것인지가 과제가 될 것이다. 두번째 안의 경우 정치적 역량과 조직·재정적 역량 등에 대한 많은 과제가 대두될 수 있는 만큼 단기적 계획으로 추진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세번째 안은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의 말처럼 "가장 바람직한 안"이 될 수 있으나, 민주노동당과 한국노총의 정체성을 볼 때 둘 다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러나 금융노조에서 지난 총선 때 민주노동당을 지원했던 경험 등 단위 조직에서 민주노동당과 연대했던 활동 등을 보면 가능성이 없진 않다. 이를 위해 "민주노동당에서 먼저 조직확대 차원에서 한국노총을 고려할 수 있는 어떤 변화가 요구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노총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문제는 독자정당이나 민주노동당 참여를 결정했을 경우 정부와의 관계문제다. 그동안 정부가 한국노총을 정치적 파트너로 대해왔던 것에 비해 한국노총이 이같은 결정을 했을 경우 정부의 대응태도도 이전과 같지는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한국노총은 이번 헌재결정으로 기존의 정치활동에 대한 재검토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 같다. 한국노총 간부들 또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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