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애림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0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도 발표한다. 관련 노동조합들은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기존 ‘무기계약직’ 같은 문제점을 극복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무기계약직이라는 용어는 언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을까. 무기(無期)계약이란 말은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이라는 뜻이다. 과거에는 “근로계약의 기간을 정하지 않았으므로,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 없이는 해고 등의 불이익한 처분을 받지 않는 근로계약”, 즉 정규직을 뜻하는 표현이었을 뿐이다. 근로계약은 기간을 정하지 않은 것과 기간을 정한 것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을 맺은 노동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는 해고 등을 할 수 없고 정년까지 고용이 보장되지만,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맺은 노동자는 원칙적으로는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고용관계도 종료한다는 것을 뜻하는 표현이었다.

노무현 정부가 2004년 9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했을 때만 하더라도 “2년을 초과해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는 규정이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뜻하는 것이라는 점에 대해 의심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노동법 교과서에나 나오던 무기계약이라는 표현을 다른 뜻으로 최초로 사용한 것은 2006년 8월2일 노무현 정부가 ‘공공기관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부터다. 여기서 “반복적으로 근로계약기간을 갱신해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는 상시적·지속적 업무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무기계약 근로자)가 담당토록 함”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그리고 “전환되는 무기계약 근로자 처우는 담당하는 업무의 성격 등을 감안해 결정(무조건 기존의 정규직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은 아님)”이라는 문구가 나온다.

당시는 2004년 정부가 입법예고한 ‘비정규직 보호법’의 문제를 지적하며 민주노총이 몇 년간 총파업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2005년 1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거치면서 기간제법을 둘러싼 여야의 쟁점이 사실상 거의 사라진 시점이었다. 즉 정부가 설계한 기간제법의 국회 통과가 정해진 수순을 밟고 있을 때 노무현 정부는 ‘2년 이상 사용한 기간제 노동자를 정규직이 아닌 무기계약직이라는 차별적 고용형태로 전환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전체 노동시장에 준 것이다.

2006년 12월 결국 기간제법 제정안과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악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며, 금융기관·대형유통업체·공공이관 등에서 ‘새로운 하위직군’으로서 무기계약직 제도 도입이 속속 발표됐다. 그리고 2007년 7월1일 기간제법 시행을 앞두고 기간제 노동자를 용역업체 소속으로 전환시키려 한 이랜드자본에 맞선 홈에버·뉴코아 노동자들의 3년에 걸친 투쟁이 시작됐다.

근로계약서를 반복적으로 작성해야 하는 문제만 없지 여전히 고용불안과 차별에 시달리는 무기계약직 문제는 이렇듯 노무현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으로부터 시작됐다. 상시적·지속적 업무를 담당함에도 '배보다 배꼽이 큰' 무기계약 전환 예외사유에 해당해 주기적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기간제 노동자들의 규모도 계속 증가해 왔다. 아예 계약직 규모를 줄이고 정부 통제가 적은 파견·용역·특수고용을 늘리는 풍선효과도 발생했다.

문재인 정부가 진정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만들어 갈 구상과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이러한 노무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반성하고 사과하는 의미에서 ‘무기계약’이라는 개념 자체를 없애 버리는 것이 어떨까. 정부의 가이드라인 발표가 말 그대로 ‘상시적 업무에는 정규직 고용 원칙’이라는 시그널을 전체 사회에 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labor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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