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세월호에서 숨진 김초원·이지혜 선생님의 순직 인정이 결국 거부됐다. 이미 ‘기간제 교사의 성과상여금 지급 소송’에서 고등법원이 기간제 교사가 교육공무원임을 인정했지만, 교육부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기간제 교사가 ‘교육공무원’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 고용노동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 이후 후속조치에 들어가려고 시도했던 교육부가 정작 교사들의 권리에 대해서는 대법원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버틴다.

인사혁신처도 마찬가지다. 인사혁신처는 기간제 교사를 교육공무원으로 인정할 수 없으며, 공무원연금과 관련한 기여도가 없다면서 순직 인정 심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고 이후에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기간제 교사는 일시·간헐적인 경우에만 채용되는 것이 아니다. 정규직 교사가 줄어들고 기간제 교사가 늘어나고 있다. 2014년 교육기본통계에 의하면 중·고등학교 기간제 교사는 3만5천여명으로 전체 교원의 14% 정도를 차지한다. 기간제 교사는 정규직 교사와 다름없이 수업을 하고 담임도 맡는다.

세월호에서 숨진 김초원·이지혜 선생님도 하루 8시간 이상 학교에서 일했고, 학생들의 담임이었다. 2011년 기준으로 초등학교의 30%, 일반 중학교의 57%, 일반 고등학교의 54%에서 기간제 교사가 담임을 맡고 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기간제 교사가 일시·간헐적인 경우에만 사용된다고 주장하거나, 단시간 노동을 하기 때문에 ‘직무전념성’이 높지 않다는 엉터리 주장으로 기간제 교사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고 있다.

기간제 교사들의 채용과 재계약 권한은 학교장이 갖고 있다. 기간제 교사는 재계약을 위해 학교 통제나 각종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기간제 교사는 아직 교육공무원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복지혜택에서도 제외된다. 김초원·이지혜 선생님은 담임으로 수학여행에 가면서도 여행자보험에서 누락됐다.

정규직 교사들은 맞춤형복지에서 보험을 자동으로 들도록 돼 있고, 학생들은 학교에서 여행자보험을 들었지만 이 선생님들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맞춤형복지 설계와 적용 과정에서 기간제 교사에 대한 차별을 없애라고 권고했지만 10여개의 시·도 교육청은 지방교육 재정난을 이유로 차별을 시정하지 않고 있다.

사회적·제도적으로 기간제 교사에 대한 차별이 심하니 학생들도 기간제 교사를 존중하는 마음을 배우기 어렵다. 최근 경기도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기간제 교사를 폭행한 사건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기간제 교사를 차별하는 학교와 사회의 태도가 학생들에게도 반영된 것이다. 특히 학생들의 폭언이나 과도한 장난이 오히려 기간제 교사가 학생들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증거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고, 그것이 재계약에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덮고 넘어가기도 한다.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 학교에서 도대체 어떤 교육이 가능하겠는가. 교육계에서조차 ‘비용절감’과 ‘통제’를 목표로 기간제 교사를 늘리는 현실에서 그 누가 노동의 권리를 존중받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기간제 교사들은 최선을 다해 학생들을 대하고 있다. 김초원·이지혜 선생님은 빠져나오기 쉬운 세월호 5층에 있었지만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4층으로 내려갔다가 학생들과 함께 목숨을 잃었다. 누가 이 선생님들에게 ‘직무전념성’이 부족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부탄가스통을 폭발시키는 사건이 생겼을 때에도 목숨을 걸고 화재를 진압한 사람은 기간제 교사였다. 사회가 어떤 차별을 하든 선생님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교사들이 매우 많다. 그러나 이 선생님들에게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을 때 서로에 대한 존중이 사라지게 되고, 최선을 다하는 교사들이 오히려 좌절과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결코 ‘교육’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 정규직을 대체하는 비정규직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기간제법을 개정해 기간제 사용기간을 늘리려 하고, 기업들에게 기간제를 사용해도 된다고 부추긴다. 일시·간헐적인 업무를 제외하고 기간제를 허용해서는 안 되며, 상시업무를 하는 모든 이들은 정규직으로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고용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 김초원·이지혜 선생님이 받은 차별을 되돌리기 위해, 이 땅의 기간제 교사들이 존중받으며 힘써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간제법 개악을 막고 기간제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싸움에 힘을 다해야 한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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