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7일 전국건설노동조합 타워크레인분과 위원장을 포함한 5명의 건설 노동자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공갈 등 혐의로 구속됐다.
서울남부지검은 이들이 “집단적 위력을 이용하여 건설업체 관계자 등을 상대로 소속 노조원을 건설현장 타워크레인 기사로 채용하도록 공갈·협박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며 15명을 기소하고 그중 5명을 구속한 사실을 보도자료로 발표했다.
이 사건의 전말은 무엇인가. 타워크레인기사들은 2000년 당시 건설연맹 산하 전국타워크레인기사노동조합을 결성했다. 건설업체가 타워크레인을 임대하는 기간 동안만 고용되는 불안정한 노동, 하루 1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 강요, 죽음으로 이어지는 산재사고 빈발 등은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빠르게 노조로 뭉치도록 만들었고, 전체 타워크레인기사의 70% 이상이 조직됐다. 타워크레인기사노조는 조직력을 바탕으로 2001년 28일간의 총파업을 벌였고 그 결과 건설업 최초로 일요일 휴무를 쟁취했다. 이후 2004년 총파업을 통해 소사장제 철폐, 2007년 총파업으로 주 44시간 노동, 2009년 주 40시간 노동을 따냈다.
2007년 전국건설노동조합 창립으로 산별노조 지역지부로 재편된 타워크레인노조는 건설업 최초로 사용자단체인 한국타워크레인협동조합 등과 중앙교섭을 통해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여기에는 법정노동시간 준수, 휴일 보장, 임금 인상, 산업안전 확보 등과 함께 “회사는 현장 발생시 조합원 채용에 최대한 노력한다”는 문제의 고용안정 보장 조항이 포함돼 있다. 노조는 지난해 151개 임대업체, 올해는 142개 임대업체와 임·단협을 체결했는데, 2개 임대업체가 단체교섭을 거부하며 노조의 조합원 우선채용 요구가 ‘취업 강요’라며 고소·고발을 했다. 애초 검찰은 무혐의 결정을 내렸으나 민주노총에 대한 공안탄압이 진행되는 와중에 타워크레인 간부 15명에 대한 기소로 태도를 바꿨다.
다른 건설현장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타워크레인기사들도 건설업체가 타워크레인과 기사를 임대하는 기간 동안만 일할 수 있는 비정규직이다. 1년에 2~3개월의 비수기가 있는 데다, 건설현장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없어지기 때문에 타워크레인기사들은 상시적 실업상태를 겪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타워크레인기사를 포함한 건설노동자에게는 노동조건 개선 못지않게 사활이 달린 문제가 바로 고용보장이다.
이번 공안탄압은 이러한 비정규 노동자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일 뿐 아니라 ‘민주노총 죽이기’의 광풍 속에서 정치적으로 기획된 것이다.
지난 14일 기관장회의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기업·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이 정규직-비정규직 격차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최근 3년간 파업의 81.2%가 민주노총 사업장”이며, “자기 조합원의 일자리를 지키려고 하도급·비정규직이 일자리 잃는 것은 도외시하는 사례”로 건설노조를 지목했다. 말하자면, 노동 구조개혁에 반대하는 민주노총은 청년과 비정규직을 도외시하는 집단이기주의 세력이고, 이들이 불법파업과 폭력집회를 주도하며 사업주를 협박하는 행태를 일삼는다는 주장이다. 건설노조를 비롯한 민주노총 소속 노조에 대한 공안탄압이 정부의 노동 구조개혁에 반대하는 세력을 제거하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 준다.
건설노동자들은 “건설현장에서 1년이면 3천억원에 달하는 체불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건설노동자들은 노조하지 않았을 것이다. 경찰과 검찰이 체불 없애고 비리자금 막았다면 노조는 없었을 것이다. 하루 2명꼴로 산재사망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건설노동자들이 노조하지 않았을 것이다. 공권력이 안전불감증 업체를 처벌하고 부실공사를 막았다면 노조는 없었을 것이다. 체불이 발생해도 사람 몇 명이 죽어 나가도 꿈쩍하지 않는 이 살 떨리는 사회가 건설노동자들을 노동조합으로 내몰았다”고 울부짖고 있다.
건설노조 울산건설기계지부는 공안탄압에 맞서 12월16일 민주노총 총파업 투쟁에 함께할 것을 결의하면서 “우리는 현장에서 건설노조라고 불리워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자본은 우리를 ‘민주노총’이라고 합니다. 민주노총을 사수하고, 그 길에 건설노조의 앞길에 방해되는 정권과 자본의 공안탄압과 노동기본권 절망을 가져오는 노동개악을 막아 냅시다”라고 호소했다. 현재의 민주노총 탄압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있는 노동자들의 외침에 우리가 응답할 때다.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laboryun@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