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고용 문제가 커지면서 갖가지 대책이 쏟아지고 있는데 대부분 고용의 양적인 문제에 치중하는 듯하다. 고용의 양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질, 다시 말해 좋은 일자리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제시하는 좋은 일자리는 가족을 부양하고 자식을 교육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의 노동권이 보호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청년노동자의 노동조건을 파악할 수 있는 몇 가지 통계를 살펴봤다. 아니나 다를까 우려했던 것만큼 청년노동자의 노동조건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청년노동자들의 첫 직장 근속연수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2004년 21개월이던 근속연수는 10년 만에 18개월로 줄어들었다. 이유는 대략 두 가지로 요약된다. 노동조건이 불만족스럽거나 계약기간이 끝났기 때문이다. 계약기간이 끝났다는 것은 비정규직이라는 얘기다. 청년노동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08년 33.9%였는데 올해는 36.2%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10명 중 1명만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통계청 사업체기간제근로자 현황을 보면 지난해 4분기에 정규직 전환비율은 9.3%였고, 올해 1분기에는 13.2%였다. 수치가 다소 올랐다고는 하나 거기서 거기다. 이쯤 되면 비정규직을 족쇄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그렇다면 비정규직 청년노동자를 많이 채용하는 곳은 어딜까. 대학생직업이동경로조사(2013)를 보면 연구기관의 비정규직 채용률이 64%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대학교와 초·중·등 교육기관의 비정규직 채용률이 61.8%였다.
이런 결과는 현실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학교 비정규직과 기간제 선생, 국책 연구기관에서 근무하는 연구보조원의 다수가 인턴이다. 임금은 어떨까. 고졸 평균 초임은 147만원, 대졸 평균 초임은 200만원이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이도 컸다. 고졸 비정규직은 120만원, 고졸 정규직은 155만원, 대졸 비정규직은 170만원, 대졸 정규직은 213만원이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고졸 35만원, 대졸은 43만원으로 벌어졌다.
임금은 기업규모에 따라 차이를 보였는데, 고졸보다는 대졸의 차이가 훨씬 컸다. 고졸의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는 10만원인 반면 대졸은 78만원이나 차이가 났다.
청년노동자 노조 조직률은 어떨까.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2013년 기준으로 10.3%인데, 청년노동자의 조직률은 이를 한참 밑돌았다. 고졸 노조 조직률은 9.4%, 대졸은 6.9%였다. 노조 조직률이 낮은 이유를 살펴보니 흥미로운 점이 눈에 띄었다. 첫째, 청년 비정규 노동자는 노조 가입대상이 아니었다. 고졸 비정규직의 71.1%, 대졸 비정규직의 45.2%가 노조 미가입대상자였다. 청년노동자 노조 조직률이 낮은 이유가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둘째, 대졸 청년노동자는 자발적으로 노조에 가입하지 않는 비율이 높았다. 대졸은 정규직든 비정규직이든 간에 자발적 노조 가입률이 낮았다. 자발적 노조 가입률이 35.1%인 반면 노조 가입대상이나 가입하지 않은 비율이 42.8%를 기록했다. 청년노동자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노조 가입률을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문제 해결과 주체적인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기존 노조의 적극적인 조직화 노력이 요구된다. 기존 노조가 청년 비정규 노동자에게 노조 가입의 문을 열어 놓아야 한다는 말이다. 한편으로는 청년유니온이나 알바노조와 같은 초기업단위 노조활동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실질적인 단체교섭권을 주자는 얘기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발적인 노조 가입률을 높이는 것이다.
청년노동자 고용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걱정거리다. 고용의 질을 높이려면 청년노동자 자신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자신의 노동권은 노조 가입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청년노동자여, 단결하라.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imksgod@gmail.com)

